국제 국제일반

"러 제재수위 높여야" EU내 강경론 확산

■ 말레이시아 여객기 피격<br>영국·호주 등 자국민 희생국 조사관련 비협조적 태도에 격분<br>"마지막 기회" 러에 잇단 경고<br>수세 몰린 푸틴ㆍ친러 반군세력<br> "국제조사단 현장접근 돕겠다" "주운 블랙박스 넘겨줄 것" 약속


말레이시아 항공기(MN17편) 피격 사건이 친러 반군의 소행이라는 증거가 잇따르면서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유럽연합(EU) 내에서 커지고 있다. 그동안 EU 국가들은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에 대러 제재에 미온적인 입장이었으나 이번 피격 사건으로 자국민이 대거 희생된 국가를 중심으로 강경론이 일고 있다.

20일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전날 긴급 전화회담을 갖고 "친러 반군의 소행이라는 증거가 나왔기 때문에 EU 차원의 러시아에 대한 제재 수위를 재고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영국 정부가 밝혔다. 이와 별도로 캐머런 총리는 선데이타임스 기고를 통해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에 맞서기를 주저하고 있다"며 "이제는 우리의 힘과 영향력, 동원할 수 있는 자원들을 보여줄 때"라고 강조했다. 자국민 28명이 희생된 호주 정부도 러시아가 사고 조사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11월 호주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 러시아를 초청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지난 16일 EU 정상들은 미국의 대러시아 4차 제재에 보조를 맞추기로 하고 이달 말까지 우크라이나 분리주의 세력 지원 기업 및 인사에 대해 제재 조치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EU 국가들은 에너지 분야 등에서의 복잡한 이해관계로 인해 제재 수위에 있어서는 미국보다 뒤처져왔으나 항공기 격추 사건으로 제재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8일 "이번 비행기 격추는 우크라이나 동부에서의 친러 세력과 정부 간 갈등으로 인해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를 EU와 전세계에 깨닫게 해준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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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사고 조사와 관련해 러시아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당사국들이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사고 발생 나흘째로 접어들었지만 친러 세력의 저지로 희생자 시신 수습과 사고 경위 조사를 위한 현장 보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서방은 사고 원인을 은폐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뤼터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러시아가 이번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국제조사단의 현장접근이 용이하도록 푸틴 대통령이 발휘할 수 있는 모든 영향력을 동원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토니 애벗 호주 총리 역시 "러시아의 태도를 지켜보겠다"며 러시아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러시아 제재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경제제재의 효과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최근 중국을 중심으로 인도, 러시아, 남미 국가 등 이머징 국가들이 미국 중심의 경제질서를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면서 러시아가 다른 대안을 찾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제재 대상 러시아 기업이 유럽은행 대신 중국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이는 러시아를 경제적으로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의도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호주 정부가 러시아에 G20 회의 배제를 경고했지만 이머징 국가들이 다수 포함돼 실제 러시아 참석을 만장일치로 결정하기는 힘든 구조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가 당장 대러 강경 제재에 돌입하기보다는 러시아의 태도를 보고 명분 쌓기를 해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EU 주요국인 독일과 이탈리아는 아직까지 사건 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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