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스코틀랜드 독립 투표 캠페인은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다."
영국의 전직 노동당원이자 영국민주노총(GMB) 간부인 댄 호지씨는 일간지 텔레그래프 블로그에 이 같은 내용의 글을 올렸다.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주민투표가 실시된 18일(현지시간) 당일 공개된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 반대(54%) 의견이 찬성(46%)에 비해 근소한 우위를 보였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의 일이다. 실제 19일 새벽부터 이뤄진 개표 결과 스코틀랜드 대부분의 지역에서 반대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영국 연방과 결별하기 위한 307년 만의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도전은 실패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이미 '자치권 확대'라는 전리품을 거머쥔 스코틀랜드가 사실상 승리한 게임이라는 분석이 압도적이다. 반면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를 비롯한 영국 정부는 스코틀랜드에 준 선물(자치권) 비용의 부담은 물론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양분된 국민 여론을 봉합해야 하는 숙제도 안게 됐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012년 2월 캐머런 총리의 주민 투표 전격 수용을 "(정치적) 도박"이라고 표현하면서 "이 도박이 운명적 결과를 불러왔다"고 평가했다. 당시 부결 가능성을 높게 본 캐머런의 승부수가 자신의 정치 생명을 위기에 빠뜨린 것은 물론 향후 정국 운영에도 치명적 독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 지난 1707년 대영제국 성립 이래 300년 넘게 이어온 영국을 분열의 직전까지 몰고간 캐머런은 이번 일로 현격한 리더십의 타격을 입었다.
더 큰 문제는 선거 직전 찬성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스코틀랜드에 더 많은 자치권을 부여하기로 캐머런 총리가 약속했다는 점이다. 예산 편성권은 물론 세제 편성 등에 있어 스코틀랜드 자치 정부에 폭넓은 권한을 주기로 한 것을 두고 벌써부터 집권 여당인 보수당은 물론 정치권 전체로부터 반발이 거세다. 텔레그래프는 "총리의 약속은 대부분 의회 승인을 필요로 하는 것인데 보수당을 비롯한 대다수 의원들은 '스코틀랜드에 더 맛있는 것을 주기 위해서는 영국 전체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정치적 합의가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향후 의회 논의 과정에서 자치권 확대 부여 방안이 부결될 경우 캐머런으로서는 또 한 번의 정치적 위기를 맞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일로 명백하게 드러난 국론 분열의 상처를 치유해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스코틀랜드의 분리 독립 문제가 처음 불거진 2011년에만 해도 분리 독립 반대 의견은 7대 3 정도로 명백한 우위를 보였다. 그러나 잉글랜드 지역으로의 국가 재산 편중 문제 등 스코틀랜드인들 사이에서 상대적 박탈감이 부각되기 시작했고 캐머런 실정에 대한 심판론까지 더해지면서 선거를 일주일 앞둔 여론 조사에서는 처음으로 찬성 여론이 반대를 누르는 결과까지 나왔다.
선거 막판 안갯속 승부가 계속되면서 여론전이 과열됐고 이 때문에 양측 모두 만만찮은 경제·사회적 비용을 치렀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논란이 "영국인 모두에게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으로 남게 됐다며 "오는 2017년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실시될 경우 다시 한 번 홍역을 치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캐머런 총리는 자국 내에서 EU 탈퇴 여론이 비등해지자 이에 대한 찬반을 묻는 국민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캐머런 총리는 선거 결과가 확정된 직후 성명을 내고 "스코틀랜드가 우리와 함께하게 됐다"며 "지금부터 영국은 하나가 돼 함께 앞으로 전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도 이날 오후 문서를 통해 공식 입장을 발표하는 등 국민 분열을 치유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지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