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 박사과정을 중단하면서 창업을 결심했다. 20대 후반의 나이에 총각이었기에 가능했던 결정이었는지는 몰라도 지금까지 그 결정을 후회해 본 적은 없다.
창업 당시에는 대학을 졸업하고, 학위를 받으면 학교, 연구소,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이 공식화되어 있었다. 창업을 통한 도전은 거의 무모한 행동으로 여겨지던 때였다. 하지만 몇몇 선배들의 선구자적인 도전은 오늘날 수많은 벤처기업의 창업과 성공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 IT강국으로 발돋움한 우리나라의 기술발전, 경제도약, 그리고 기존 대기업에서 가질 수 없었던 기업문화, 지배구조와 경영혁신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코스닥시장 거품과 몇몇 부조리 사건이 국민들에게 `벤처`에 대한 거부감을 심어 주었다. 특히 새로운 도전의 새싹이 되야 할 우리의 후배들은 벤처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함께 최근의 경제불황과 정치적 혼란으로 절망의 늪에 빠져있다. 높은 실업률에 절망하고, 20대에 이미 신용불량자가 되어 모든 기회를 상실하고, 조국에 대한 희망을 버리고 이민으로 이탈하려고 한다. 우리 후배들에게서 `도전` 의욕이 상실되고 있는 것이다.
도전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희망과 목표가 없다는 것으로 젊은이들의 목표상실은 결국 대한민국의 목표상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미래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오늘 나만의 혹은 우리 기업만의 일시적 호황이나, 안정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것은 극히 이기적인 발상과 사치로까지 볼 수 있을 것 같다.
도전은 계속되어야 한다. 후배들이 밤새 일하고, 공부하고 땀 흘리는 의미를 되찾을 수 있는 풍토와 문화가 마련돼야 한다. 또 후배들이 본 받을 만한 선배의 위상, 성공모델, 도덕성과 아울러 아량의 모습들을 보여주어야 한다. 도전의 성공에 대해 충분한 보상과 박수를 받을 수 있는 문화 뿐 아니라 도전의 실패를 받아들일 수 있고, 격려하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문화와 정책적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 역할은 다만 정부의 몫만은 아니다. 어떤 지위에 이미 올랐거나, 안정적인 기업인으로 자리를 잡은 선배일수록 조심스럽게 돌아 보아야 할 부분이다. 후배들이 다시 의욕을 갖고 도전할 수 있는 풍토를 위한 `선배`의 역할로서, Noblesse Oblige의 의미를 새삼 다시 짚어본다.
<김진태(유비케어 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