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파업투표 마감시한까지 무기연장한 현대중공업 노조

현대중공업 노조가 26일까지 마칠 예정이던 파업 찬반투표 마감시한을 무기한 연장하고 임금 및 단체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23일 투표에 들어간 지 하루 만이다. 겉으로는 회사 측이 투표를 방해하고 있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금이 파업을 할 때인지, 노조원들 사이에 파업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조합원들의 참여가 예상보다 저조하자 파업 무산으로 노조 지도부가 타격을 받는 사태를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게 아니냐는 분석마저 나온다. 최근 선임된 권오갑 사장이 장대비를 맞으면서 출근하는 직원들의 손을 잡고 파업자제를 당부하며 "회사가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시간과 기회를 달라"고 호소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현대중이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 해양플랜트 덤핑수주와 공기지연으로 상반기에만 1조2,926억원의 영업손실을 봤고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다. 이런 판에 파업까지 한다면 하루 1,000억원이 넘는 매출 손실이 불가피하고 그동안의 무파업 전통이 깨져 수주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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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상황을 감안할 때 노조의 요구사항들도 지나치다. 임금 13만여원(기본급 대비 6.5%) 인상, 성과급 250%+α 추가, 호봉승급분 2만3,000원을 5만원으로 인상,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등 호황을 구가하는 회사에서나 나올 법한 것이 수두룩하다. 사측은 경영난 속에서도 기본급 3만7,000원 인상(호봉승급분 2만3,000원 포함), 생산성 향상, 경영목표달성 격려금 500만원 지급, 내년부터 정년 60세 연장, 사내근로복지기금 및 노조 휴양소 건립기금 50억원 출연 등을 제안하며 성의 표시를 했음에도 견해차를 좁히지는 못했다.

경영난에 처한 회사에 무리한 요구를 하고 투표율이 시원치 않자 마감시한까지 무기한 연장하며 파업으로 몰아가는 노조의 행태가 온당한지 되돌아봐야 한다. 지금은 노사가 힘을 합쳐 '현대중호'를 다시 대양(大洋)에 띄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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