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이슈 in 마켓] 부채비율 높은 기업, 고금리 영구채 발행 잇달아

자금조달 쉽고 재무개선 효과 커 '일석이조'

만기 30년 이상으로 단기 채무부담 완화에 도움

금리는 시중은행보다 높아 투자자에게도 매력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이 최근 잇따라 고금리 영구채(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서고 있다. 영구채는 만기가 특별히 정해져 있지 않고 투자자에게 이자만 지급하는 채권을 말한다. 만기가 보통 30년 이상이기 때문에 단기 채무 부담을 덜 수 있는데다 국내에서는 회계상 100% 자본으로 처리돼 재무적으로 취약한 기업들이 자금 조달과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최근 발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진해운(117930)(BBB)은 1,960억원 규모의 영구 교환사채(EB)를 사모로 발행했다. 한진해운 영구 EB의 만기는 30년으로 30년 후에 추가 연장 가능한 영구채다.

한진해운이 영구 EB를 특수목적법인(SPC)인 '필레제일차'에 발행하고 대한항공이 SPC의 상환자금 부족에 대해 차액 정산해주기로 하는 구조다. 따라서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인 'A-'등급으로 발행된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과 저축은행 등 기관 투자가들이 투자에 참여해 성공적으로 발행을 마쳤다.


현대중공업(009540)(AA)도 지난 15일 30년 만기 4,3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사모로 발행했다. 만기 30년에 발행 후 5년 뒤부터 발행사인 현대중공업이 콜옵션(회사가 채권을 되사올 권리)을 갖는 구조다. 1-1회차 3,600억원과 1-2회차 700억원 두 가지 종류로 1-2회차의 경우 SPC인 '우리크레딧제삼차(SPC)'가 인수해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형태로 발행됐다. 투자 기관을 찾는 데 어려움이 있어 일부 물량은 발행 주관사였던 우리투자증권의 신용 보강을 통해 ABCP 형태로 발행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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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기업이 영구채 발행에 나선 것은 부채비율이 높아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는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공모 회사채를 찍으려면 증권신고서를 제출해 금융당국의 심사를 받은 후 기관 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해야 하는데 부채비율이 높을 경우 기관 투자가들의 참여 가능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또 공모 회사채는 회계상 부채로 잡혀 부채비율을 더욱 가중시킨다.

반면 영구채는 회계상 자본으로 처리돼 부채비율을 낮추면서 자금을 조달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실제 한진해운의 경우 이번 영구채 발행으로 부채 비율이 1,255%(올해 9월 말 기준)에서 800~900%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도 이번 영구채 발행으로 220% 수준인 부채비율을 6%포인트 정도 끌어내릴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영구채에 투자하는 것은 매력적이다. 만기가 없고 발행사 부도시 채권 상환 순위에서 뒤로 밀리기 때문에 금리가 높은 편이다. 이번에 발행된 한진해운의 영구EB 금리는 연 7.7%였다. 일반적인 EB의 경우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되기 때문에 표면이자가 1~3%대로 낮은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편이다. 현대중공업의 영구채 금리도 1-1회차가 4.9%, 1-2회차가 4.80%로 시중금리보다 높다.

시장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일부 기업은 일정 시점 후 조기상환이 되지 않을 경우 표면이자를 추가로 올려 지급하는 '스텝업' 조항을 추가하기도 한다. 이번에 현대중공업은 발행 후 5년인 오는 2019년 12월15일에 조기상환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2% 금리를 추가하는 조항을 붙였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영구채를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회계처리하기로 하면서 부채 부담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영구채를 이용하고 있다"며 "금리가 높아 기관은 물론 고액 자산가들도 분리과세 혜택이 있기 때문에 수요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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