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1월 효과' 기대감 덕분에 배당락 영향을 비켜가면서 상승세로 마감됐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5.1포인트(0.26%) 오른 1,987.35포인트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지수가 현금배당을 감안해 1,958.71포인트까지 하락해도 전날과 동일한 수준으로 평가 받았지만 오히려 상승세로 마감한 것이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1,669억원을 순매도하며 이달 들어 처음으로 매도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개인과 기관이 각각 1,263억원, 485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증시를 끌어올렸다. 프로그램 매매 역시 378억원의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특히 배당투자가 끝난 후에도 프로그램 차익거래에서 3억원 가량 매도세가 나오는 데 그쳐 상당액의 차익물량이 나올 것이라던 당초의 전망이 빗나갔다.
이날 전기가스업(1.75%), 전기ㆍ전자(1.7%), 증권(1.12%), 섬유ㆍ의복(1.01%) 등 상당수 업종이 상승세를 나타냈다. 시가총액 상위종목 가운데는 삼성전자(1.77%), 한국전력(1.37%), SK하이닉스(1.18%) 등이 강세를 보였다. 배당락의 영향은 일부 고배당주에만 제한적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4.1%)과 KT(-5.33%), 한국쉘석유(-4.30%), S-OIL(-0.94%), 강원랜드(-0.84%), KT&G(-2.77%) 등 시가배당률이 높은 종목들은 대체로 약세를 보였다.
이날 증시에서 배당락 영향이 크지 않았던 것은 선물이 현물보다 비싼 콘탱고 상태가 유지되면서 프로그램 매도가 제한됐기 때문이다. 이날 코스피200선물 2013년 3월물 베이시스는 전날보다 0.04포인트 오른 1.67포인트를 기록했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10년 동안 배당락일에 코스피지수가 1% 넘게 떨어진 것은 1회(2002년)뿐이었고 배당락 영향은 우려보다 낮은 수준이었다"며 "외국인이 프로그램 차익에서 강한 매도세로 나오면 베이시스가 악화돼 물량이 대거 나올 수 있지만 이날 베이시스가 양호한 상황이어서 프로그램 차익거래의 매도세가 제한됐다"고 설명했다.
1월 효과도 증시 강세에 한몫했다. KDB대우증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13년 동안 외국인은 2008년을 제외하고 모든 해의 1월에 순매수를 기록했다. 새해 증시의 기대심리와 외국인의 순매수 영향 등으로 최근 13년 동안 1월에 코스피지수가 오른 횟수는 8회에 달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매년 1월에는 외국인이 순매수를 보이며 수급 여건이 좋았다"며 "국내 기업들의 실적과 중국 등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면서 배당락 악재에도 코스피지수가 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내년 옵션 만기일을 전후로 프로그램 차익 매물에 대한 부담감은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공원배 현대증권 연구원은 "배당락 당일에 프로그램 효과는 미미했지만 배당을 목적으로 유입된 프로그램 차익매물 1조6,000억원가량이 연초에 청산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의 재정절벽에 대한 뚜렷한 해법이 나오지 않는다면 베이시스가 하락해 내년 옵션 만기일 전후로 물량이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