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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오는 2050년 이후 1% 이하로 떨어지면서 재정압박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추격형 성장단계가 끝나고 인구고령화까지 겹치면서 경제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높아지는 재정압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요금을 연료비에 연동하는 방안도 다시 검토된다. 정부가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2014년부터 2017년까지 11조6,000억원 줄이기로 한 것은 총량 면에서 적정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2일 여의도 63빌딩에서 '2013~2017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수립을 위한 공개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방안을 논의했다.
◇재정지출 2050년 137%로=발표자로 나선 김성태 KDI 연구위원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11~2020년 3.6% ▦2021~2030년 2.7% ▦2031~2040년 1.9% ▦2041~2050년 1.4% ▦2051~2060년 1.0% 등으로 추산됐다. 김 연구위원은 "인구고령화에 따른 사회복지비 증가로 국가재정지출은 201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33.5%에서 2050년 137.7%로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재정정책의 지출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공공서비스 요금에 연료비연동제를 확대 적용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현재 가스요금은 연료비연동제가 도입돼 시행하고 있지만 전기요금의 경우 지난 2011년 추진됐다가 물가당국의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다. 김 연구위원은 "연료비연동제를 확대하고 연료비연동제의 유보조건을 강화해 공공서비스 요금에 대한 정책적 개입 여지를 감소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복지정책을 도입하기 전에 기존 복지의 비효율성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희숙 KDI 연구위원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이나 복지혜택에서 소외됐다고 여기는 중산층에 고루 혜택을 배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재정 개편안 두고 기재부-안행부 날 선 대립=지방재정 분과에서는 지방예산과 중앙예산을 책임지는 부처 국장 간 팽팽한 설전이 이어졌다. 정정순 안전행정부 지방재정정책관은 "지방자치를 도입한 이상 지방이 잘되는 게 나라가 잘되는 것"이라며 "지자체 244개 중 125개가 지방세로 자기네 월급도 못 준다. 지방의 어려움에 대한 이해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진양현 기재부 행정예산심의관은 "최근 5년간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내려가는 교부세 증가율은 9%로 중앙정부의 세출증가율 4%보다 높다. 이건 총량의 문제가 아니라 배분의 문제"라며 "지자체도 자체적으로 세입을 늘릴 수 없는지 살피고 세출에 낭비가 있으면 고쳐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진 심의관은 특히 "용산구청이나 용인구청 등 지자체 청사를 가보면 정부중앙청사보다 더 크다"며 "지자체가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또 다른 편에서는 지자체가 무슨 돈으로 호화청사를 짓고 저렇게 많은 지방 축제하고 지방 엑스포를 하느냐는 비판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SOC 투자 축소 규모 적정=지방자치단체와 정치권의 반발을 사고 있는 SOC 투자 감소는 중기적 관점에서 적정한 수준인 것으로 평가됐다. 김형태 KDI 공공투자관리센터 재정투자평가실장은 "향후 SOC 투자는 경제성장률 3.5%를 가정할 경우 중기적으로 적정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실장에 따르면 성장률 3.5%를 가정할 경우 GDP 대비 SOC 투자 비율은 올해 3.16%에서 2016년 2.38%로 기간 평균 2.73%를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적으로 우리나라의 SOC 적정 투자 비율 범위가 2.52~3.08%인 점을 감안하면 중기적인 틀에서 SOC 투자 규모가 부족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김 실장은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지난 2009년과 2010년 투자 확대와 SOC 스톡의 지속성을 감안할 때 중기적인 투자 규모가 낮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