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사이먼 존슨 MIT 슬론 비즈니스스쿨 교수

신흥국, 美 금리인상 충분히 대비… 초대형 충격은 없을 것

저성장 국면 한국, 창조성·신사고 바탕 혁신 나서야

美 회복되고 있지만 금융개혁 미미… 위기 재연될수도

유로존 10년치 GDP 증발… '잃어버린 10년' 가능성


"지난 몇십년간 수렁에 빠진 일본처럼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도 '잃어버린 10년'에 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유럽의 몇몇 주변부 국가들을 실질적인 스태그네이션(장기침체)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사이먼 존슨(52·사진)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론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지난 2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유럽 경제에서 10년치 이상의 국내총생산(GDP) 성장 부분이 증발했고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들은 오는 2020년까지도 재정위기 이전의 GDP 수준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그는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월가의 로비에 밀려 금융개혁이 후퇴하고 있어 미래의 어느 순간 금융위기 재발에 따른 경기침체 재연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존슨 교수는 내년 중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출구전략 등에 따른 즉각적인 신흥국 금융위기 가능성에 대해 "신흥국들이 여기에 대비하고 있어 초대형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성숙기에 접어든 한국 경제가 구조적인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휴대폰 등의 분야에서 보여준 성과처럼 창조성·신사고를 바탕으로 더 혁신적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융위기 전문가로서 최근 관심사는 무엇인가.


△유가하락이 글로벌 경제, 특히 금융 부문에 어떤 위험을 몰고 올지 지켜보고 있다. 유가하락에 따른 러시아의 위기가 다른 지역으로 더 광범위하게 전염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 그림자금융(섀도뱅킹)의 파장도 큰 관심거리다.

-미국 경제는 어떤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강력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달러 강세, 저조한 임금 인상률 등 일부 위험요인도 있는데.

△유럽·일본과는 전혀 다르다. 금융위기로 미국의 GDP도 1년치인 14조달러의 손실을 입었고 대규모 금융 익스포저(위험노출액)와 부채 등 요인 때문에 경기가 침체됐지만 회복되고 있다.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 등 일각에서 주장하는) 구조적 장기침체(scular stagnation)는 아니다.

-미 경제회복으로 연준이 내년 중반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연준의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이 성공했다고 평가해야 하나.

△연준은 미 경제를 부양하는 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회복세는 아직 느리고 완전하지 않으며 고통스러운 과정을 동반한다. 진짜 걱정거리는 금융규제가 여전히 느슨하다는 점이다. 과거 대형 금융 리스크는 심각한 실물경제 침체를 초래했다. 금융기관 부채비율 등의 측면에서는 다소 개선됐지만 충분하지 않다. 금융 리스크가 다시 쌓이면서 미래의 어느 순간 금융위기와 경제침체 재연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2003~2004년 1%라는 저금리를 유지하는 바람에 거품이 커져 2008년 금융위기를 불렀다는 지적이 많다. 지금도 6년째 제로금리인데 통화정책 실패를 재연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인가.

△중앙은행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금융안정성이다.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에서 즉각적인 효과를 보려는 것은 위험하다. 또 중앙은행은 위기 때마다 '최후의 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 역할을 맡아왔다. 다음에 직면할 문제 가운데 하나는 중앙은행의 정통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금융 시스템 보호를 위한 개혁에서 멀어지는 매우 위험한 경로에 있다. 은행 로비스트들은 아직도 정치권을 이용해 금융규제를 희석하고 있다. 만약 중앙은행이 신뢰성을 잃어버리면 다음 위기 때 정책대응에서 큰 구멍이 생길 것이다.

-한국에서는 제조업에 비해 경쟁력을 떨어지는 금융산업을 대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모든 국가에는 금융산업에서 제공하는 서비스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부채는 막대하고 자산은 많지 않은, 지나치게 레버리지가 높은 은행은 무시무시한 위험에 빠질 수 있고 실물경제에 큰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교훈을 배웠다. 이는 지난 10년간 미국과 서유럽 양쪽의 경험이다. 자산건전성 등을 비롯해 금융 부문은 대단히 주의 깊게 관리돼야 한다.

-최근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폭락했다. 연준의 긴축정책도 가시권에 들었는데 신흥국 동반위기의 가능성이 있는가.

△역사는 대부분 정확히 똑같은 패턴으로 반복하지 않는다. 희망적이게도 신흥시장 정책당국자들은 조만간 미국 기준금리가 오른다는 사실을 알고 준비할 시간을 가졌다. 또 이전의 금융위기 경험 때문에 몇몇 신흥국들은 (달러라는) '쿨에이드(음료수의 일종)'를 마시지 않았다. 그들은 핫머니가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재빨리 빠져나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다소 어려움은 있겠지만 지나치게 큰 난관 없이 기준금리 인상을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부채가 많은 국가와 기업이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리고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

-유로존은 매우 비관적으로 전망했는데.

△매우 취약한 금융 부문이 유로존의 경제회복세를 약화시킬 것이다. 긴축·성장 등에 대한 최선의 방안을 놓고 주요국 간의 심각한 의견 불일치가 지속될 것이다. 유로존의 문제점은 유로존 시스템 그 자체에서 출발한다. 단일통화가 유지되려면 그리스 같은 주변부 국가들이 독일 수준의 생산성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그리스와 독일 간의 생산성 격차는 지난 10년간 더 확대됐다. 구조개혁은 듣기는 좋지만 효과를 발휘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유로존은 점점 더 깊은 위기로 빠져들고 있고 재정 등이 완전히 통합되지 않는 한 결국 붕괴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의 둔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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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막대한 외환보유액 등 대단히 많은 정책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많다. 이들 위험 요인이 앞으로 악화되고 일정 기간 성장둔화가 계속되더라도 별로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다. 중국은 2009년 실시한 경기부양책으로 부동산, 인프라 건설 등에서 신용거품이 발생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그림자금융이며 신용증가 둔화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 담보대출)와 비슷한 양상이다. 만약 중국이 리먼브러더스 위기 같은 사태를 피한다면 심각한 침체는 면할 것이다.

-일본의 아베노믹스는 궁극적으로 성공할 것으로 보는가.

△일본은 고령화와 인구감소라는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 공공부채는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지금까지 나온 지표로는 큰 변화를 볼 수 없는 상황이다. 구조개혁 없이 통화·재정정책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중국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위안화 국제화가 아직 멀었다는 지적이 많은데.

△앞으로 몇년 내 위안화가 주요 중앙은행들의 보유통화가 되지는 않겠지만 점차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 워싱턴의 글로벌 리더십이나 전망 부재가 우려되는 사항이다. 미국 금융 시스템의 취약성 역시 중요한 전략적 결함 요인이다.

-한국 역시 빈부격차가 심화하면서 분배 욕구가 커지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들의 어젠다가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성장의 혜택을 더 광범위하게 공유할 수 있는 방안에 합의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 지난 수십년 동안 고등교육 확대 등으로 이 문제에 대해 큰 성공을 거둔 국가 중 하다. 또 더 노력해야 한다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한국 경제가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넛크래커'로 전락했고 고령화·가계부채 등 위험요인 때문에 저성장 국면에 들어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 컴퓨터·휴대폰 등과 관련된 모든 제품을 비롯해 상대적으로 신기술을 발전시켜왔다고 본다. 한국은 글로벌 경제에 기반을 두고 더 혁신적이 돼야 한다. 지난 50년간의 한국 인적자본 개선은 경탄할 만하고 세계에 가장 인상적인 성공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창조성·신사고 등을 더 촉진해야 한다고 본다.

He is…

△1963년 영국 셰필드 △옥스퍼드대 졸업, MIT 경제학박사 △2001~2002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자문위원 △2007~2008년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2006~2007년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객원 연구위원 △2004~ MIT 경영대학원 교수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지낸 글로벌 경제·금융 전문가

■ 사이먼 존슨 교수는
사이먼 존슨 교수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글로벌 경제·금융 전문가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냈고 워싱턴DC의 유명 싱크탱크인 피터슨경제연구소 선임 연구위원이기도 하다. 아울러 미 의회예산국(CBO)의 경제자문 패널,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산하의 시스템해결자문위원회의 위원, 재무무 산하의 금융연구자문위원회의 위원 등으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의 저서 '위험한 은행'은 미 금융의 역사를 민주주의와 거대 금융 간 대결의 맥락에서 분석해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미국 재정정책을 다룬 '불타는 백악관'도 정치적 스펙트럼을 떠나 찬사를 받았다. 또 그는 뉴욕타임스·월스트리트저널·프로젝트신디케이트 등에 지난 5년간 300여편의 비중 있는 원고를 기고했다. 경제 관련 기고인데도 페이지뷰가 최대 100만건이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월가에 대한 강력한 규제와 금융기관 소형화를 주장해 2013년 중소형 은행으로 이뤄진 미국독립은행연합회(ICBA)로부터 '메인스트리트(실물경제)의 영웅'으로 지명됐다. 부인이 한국계 미국인이며 1997~1998년 한국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어 한국에 대한 관심이 크다.



/대담=최형욱 뉴욕 특파원

사진제공=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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