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이미 2차 양적완화(QE2)와 같은 '화끈한 한방(QE3)'에 대한 기대를 접었습니다." (월가의 한 헤지펀드 관계자)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26일(현지시간) 잭슨홀 연설에서 새로운 부양책을 제시하지 않더라도 뉴욕 금융시장은 큰 충격을 받지 않을 것이며 변동성이 점차 축소되는 양상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주 들어 랠리를 보였던 뉴욕 주식시장은 버냉키 연설을 하루 앞두고 비교적 큰 폭의 조정을 받았으며 국채 수익률은 상승세를 지속했다. 이는 시장이 지난해의 QE2 같은 통 큰 부양책에 대한 기대를 접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시장에서는 버냉키 의장이 차선책으로 어떤 것을 내놓을지, 경기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 등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며 '버냉키 쇼'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또 통화정책의 한계가 명확해지고 있는 만큼 미 정부가 포괄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단기채는 팔고 장기채는 사고=버냉키 연설에 대한 기대수준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이미 2조3,000억달러의 유동성을 풀었음에도 경기부양 효과가 제한적이었다는 점과 지난 9일에 열렸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오는 2013년까지 제로수준의 금리를 유지하기로 발표한 사실, 2%에 육박하는 근원물가 상승세 등을 미뤄볼 때 당분간 3차 양적완화(QE3)는 없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한 헤지펀드 관계자는 "FRB는 이미 자신들이 무엇을 할지를 명확히 밝혔다. 바로 2013년까지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채 수익률이 최근 들어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일주일 사이 2년물은 0.192%에서 0.205%로, 10년물은 2.063%에서 2.242%로 뛰었다. 이는 FRB가 전면적인 양적완화보다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를 통해 단기물은 팔고 30년 등 장기물의 매입은 확대할 것이라는 가장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를 보여주는 것이다. QE3에 대한 기대로 온스당 1,900달러대까지 치솟았던 금값도 1,76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3일간 랠리를 지속하며 4% 이상 올랐던 뉴욕 주가도 25일(현지시간) 1.5% 이상 하락했다. 주식ㆍ상품시장 모두 추가적인 부양책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는 셈이다. ◇유럽에 지원손길 뻗치나=일부에서는 버냉키 의장이 QE3는 아니더라도 시장이 예상치 못한 수단을 동원할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은행이 남는 지급준비금을 FRB에 예치할 때 적용되는 0.25%의 이자율을 제로로 낮추는 방법이다. 크리스토퍼 로 FTN파이낸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만약 이 조치가 취해진다면 현재 잠겨 있는 2조달러 이상이 수일 내에 빠져나가게 될 정도로 엄청난 위력을 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장은 아니지만 FRB가 유럽 채무위기가 더욱 악화돼 미국경제의 큰 위협요인이 된다면 스와프를 이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유럽 채권을 매입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FRB가 강력한 부양책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임에 따라 버냉키 의장이 미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의 모하메드 엘에리안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FRB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며 "미 정부가 더 움직이도록 버냉키가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이 내놓을 경기진단도 관심이다. 9일 FOMC에서는 미국경제가 2년간 부진한 양상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유에 대해서는 일본 대지진, 상품가격 상승 등 일시적 요인에 대해서만 언급했을 뿐 추가적인 발언은 없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버냉키 의장이 FRB의 당초 예상보다 훨씬 둔화된 경제성장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언급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