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수출 내리막 행진인데 씁쓸한 '불황형 흑자'… 하반기도 가시밭길

■ 깜깜한 수출 전선… 상반기 동향 보니

6개월째 감소세… 반기 실적 2년만에 마이너스로

수입액은 두자릿수↓… 무역흑자 467억弗 역대최대

대외 악재 많아 가전·철강 등 여전히 회복 불투명


세계 교역 둔화와 저유가, 엔화·유로화 약세 등으로 교역여건이 악화하면서 올해 상반기 수출이 5.0% 줄었다. 지난 2012년 하반기에 3.1% 감소한 후 2년 만에 반기 실적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6월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로 전달 10.9% 감소보다는 감소세가 둔화됐지만 6개월 연속 하락세는 면치 못했다. 특히 하반기 수출 전선도 그리스 불안과 중국 경기둔화 등 대외악재가 많아 올해 전체 수출액 전망은 그리 좋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제조업 혁신을 통한 주력산업 경쟁력 제고와 수출 품목·시장 다각화 등 중장기적인 수출 경쟁력 제고 대책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올 상반기 수출액이 2,690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5.0%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수입액은 상반기 2,223억달러로 지난해 대비 15.6% 줄었다. 수입액 감소폭이 수출액 감소폭을 크게 웃돌면서 무역수지는 467억달러 흑자로 반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흑자 기록을 경신했다. 무역 흑자로 쌓인 달러는 가뜩이나 엔저로 힘겨운 수출기업의 환율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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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에 따르면 상반기 수출실적 악화는 유가 하락과 엔화·유로화 약세, 세계 교역 둔화가 크게 작용했다. 중국의 수입 수요 둔화도 수출 감소에 한몫을 했다. 품목별로는 선박(12.7%)·컴퓨터(9.6%)·반도체(6.1%) 등이 선전했으나 유가 하락으로 석유제품(-36.1%) 수출액은 급감했다. 가전(-19.1%)·석유화학(-18.8%)·섬유(-10.8%)·평판디스플레이(-10.8%) 등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역별로는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2.1%) 수출액이 감소한데다 일본(-17.6%)·아세안(-13.9%)·유럽연합(-14.7%)·독립국가연합(-56.1%) 등의 시장상황이 나빴다.

6월 수출액은 469억5,000만달러로 1.8% 감소했고 수입액은 13.6% 감소한 367억달러로 두자릿수 감소세를 이었다. 무역수지는 102억4,000만달러 흑자로 역대 최대를 기록해 2012년 2월 이후 41개월째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비록 전달과 비교해 수출액 감소폭이 줄었지만 하반기 전망은 좋지 못하다.

정부는 우선 상반기에 선전한 반도체와 컴퓨터 등은 여전히 수출 신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본 반면 가전·평판디스플레이·철강·석유제품·섬유 등의 품목은 가격경쟁력 하락과 수요 감소, 경기회복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을 들어 어둡게 봤다. 실제로 한국은행과 연구기관들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하반기 수출상황도 부정적으로 내려 잡았다. 한은은 수출이 1.9% 줄고 수입은 6.4%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고 LG경제연구원도 4월 수출과 수입이 각각 0.9%, 9.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조만간 내놓을 리포트에서는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예정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수익성 개선에 주력했던 일본 기업들이 단가 인하를 본격화하고 있고 중국은 우리와의 기술격차가 줄어들면서 수입품을 자국산으로 대체하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세계 교역이 둔화되고 있고 환율요인에 따른 가격경쟁력 하락까지 겹치면서 당분간 수출시장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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