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재형저축 금리부담 서민전가 없어야

18년 만에 부활한 근로자재산형성저축이 6일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했다. 은행들은 한 명의 고객이라도 더 잡기 위해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였고 그 결과 대부분 연 4% 이상의 높은 금리를 내걸었다. 근래 보기 드물게 4.6%를 제시한 곳도 있다. 저금리로 저축을 망설이던 금융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분명히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은행들이 어떤 방법으로 그만한 금리를 보장하겠다는 건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대표적 장기상품인 10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5일 기준 연 2.94%, 20년짜리도 3.08%에 불과하다. 최고 1.66%포인트까지 수익률을 더 높일 수 있는 상품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7년 이상 원리금을 보장해야 하니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에 투자하기도 힘들다. 도무지 어디를 봐도 3% 후반 이상의 수익을 내기 어려운데 고금리로 판매하고 있으니 의아할 뿐이다. 자칫 연 4.5%의 금리를 제시해 역마진의 늪에 빠진 KDB산업은행 소매금융상품 '다이렉트뱅킹'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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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은행이 손해를 보지 않겠다고 못된 습관을 다시 꺼내 든다면 대가는 서민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불행히도 벌써부터 조짐이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저축성 수신금리는 한달 전보다 0.1%포인트 떨어졌지만 대출금리는 0.15%포인트나 올랐다. 중소기업에는 대출을 유지한 채 재형저축에 강제로 가입시키는 꺾기 움직임도 있다고 한다. 은행이 손쉽게 수익을 높일 수 있는 예대금리차 놀이를 다시 시작했다는 신호다.

재형저축은 말 그대로 근로자와 소상공인의 재산증식을 위한 금융상품이다. 서민을 위한다고 내놓은 상품이 오히려 서민을 핍박하는 일이 일어나서는 결코 안 된다. 금융당국은 서민에게 금리부담이 전가되는지 감시 감독하고 은행들도 재형저축의 자체 수익률 확보방안을 마련해 건전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예방에 나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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