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독학사 603명 '빛나는 학사모'

신체 장애 딛고…사회생활 실패 이겨내고…

시련과 역경을 딛고 독학사 학위를 딴 사람들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4일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제13회 독학학위 수여식에서 학사학위를 받은 603명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향학열을 불태우며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낸 인간 승리자들이다. 최고령 졸업자로 특별상을 수상한 이창근(70ㆍ국문ㆍ사진)씨는 귀도 잘 들리지 않고 한쪽 눈도 보이지 않는 신체적 고난을 극복한 경우다. 그는 “공부하는 시간 동안 맛보는 희열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것”이라며 “눈 수술이 잡혀 있는 날이 독학사 시험일과 겹치는 바람에 아내와 의사의 눈을 피해 도망쳐 나와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뚫고 택시를 타고 시험장으로 향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이씨는 “50년 한이 이뤄지는 순간 그동안 쌓였던 설움이 눈물이 되어 한없이 울었다”며 감격을 되새겼다. 최지은(25ㆍ영문ㆍ사진)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대학에 입학했지만 ‘대학이란 매우 비능률적인 곳’이라는 불만 때문에 몇 달 뒤 스스로 그만뒀다가 독학사 학위를 딴 예다. 최씨는 대학을 그만뒀지만 통역대학원에 가기 위해 학사학위가 필요, 독학사제도로 눈을 돌렸다. 1~4단계 시험을 1년 만에 내리 가장 좋은 성적으로 통과해 평균 93.5점으로 교육부총리가 수여하는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신학선(47ㆍ컴퓨터과학ㆍ사진)씨는 한때 굴지의 대기업 연구개발부서에서 ‘잘나가던’ 회사원이었지만 지금은 생활보호대상시설 합숙시설에 살면서 공공근로를 하며 독학사 학위를 땄다. IMF 이후 회사를 퇴직하고 여러 번 실패로 전전하다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떠올린 게 각종 자격증과 ‘독학사’제도였다. 자격증 획득, 독학사 학위를 따는 과정에서 공부의 매력에 빨려들어 이제는 목표가 ‘서울대 박사학위’로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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