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6월 12일] 미국 정부의 실책

파이낸셜타임스 6월 11일

미국 재무부가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에 의해 구제금융을 받은 10개 대형 은행들의 상환을 허용하기로 한 결정은 좋은 소식이라는 평가가 있지만 사실은 정치적 필요에 의해 건전한 금융정책을 희생시키는 것이다. JP모건체이스와 골드만삭스 등 대형 금융회사들은 680억달러를 상환함으로써 세금으로 은행을 지원한 것에 분노를 품은 국민들을 달랠 수 있게 됐으며 올해 겨울쯤에는 정부의 통제에서도 거의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TARP에 의한 엄격한 정부규제에서 벗어나면서 이 프로그램이 사회주의적이라는 일부 공화당 의원들의 비난도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일부 은행들의 상환을 이 시점에서 허용한 것은 시기상조다. 공적지원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들은 정부보증 없이 자체적으로 자본을 확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지만 한시적인 정부보증 프로그램은 여전히 이용 가능하다. 이들은 정부지원을 계속 받으면서도 보수 및 고용 관련 통제에서는 벗어나 아직 상환을 허용 받지 못한 금융회사의 직원이나 사업 부문을 빼내올 수 있게 됐다. 이는 규제를 통해 차별을 키우는 꼴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들의 TARP 졸업이 정부가 일부 대형 은행들의 파산을 방치하면 전체 금융 시스템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는 대마불사의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이뤄졌다는 점이다. 금융권의 기본적 상황은 아직 나아진 게 없다. 스트레스테스트와 이에 따른 추가 자본확충 요구는 은행들의 몰락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을 뿐 공익에는 부합하지 못했다. 지난해 금융위기 발생시 대형 은행은 몰락하면 안 된다는 논리는 지금 새로운 금융위기가 또 발생하더라도 지속될 것이다. 이 점이 바로 금융회사가 고수익을 노리고 위험성 높은 투자에 뛰어드는 이유다. 정부가 직접적 개입을 통해 금융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도 비판의 소지는 크다. 그러나 다시 예전의 방임 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금융지주회사들에 대해 먼저 특별한 결단을 내렸어야 했다. 그 이후 구제금융 상환이 이뤄져야 이들이 이제 몰락 위험에서 벗어나게 됐다는 제대로 된 신호를 금융시장에 보낼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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