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법원 “연지급신용장 만기전에도 대금지급 가능”

수출입거래에서 대금지급 날짜가 정해져 있는 연지급신용장의 경우 지정은행은 만기가 되기 전에도 수출상에게 대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유럽법원의 판례와 배치되는 것으로 국제무역거래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대법원 제2부(주심 손지열 대법관)는 26일 중소기업은행이 선적서류의 위조를 이유로 대금지급을 거절한 신용장 개설은행 BNP파리바를 상대로 낸 대금상환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제기준인 신용장통일규칙의 취지 등에 비춰볼 때 연지급신용장 개설은행의 지정은행에 대한 수권 속에는 대금지급 만기 전에 지정은행이 선적서류를 매입하더라도 개설은행이 대금을 상환하겠다는 취지가 포함된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 사건 신용장에서 지정은행이 명시되지 않았고 파리상사재판소도 수출업체의 사기거래를 이유로 대금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며 피고측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피고의 대금상환 의무는 없다”며 피고의 손을 들어주었다. 중소기업은행은 일경교역이 프랑스 직물회사인 잘텍스와 8만1,650달러 규모의 제품을 수출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BNP파리바 작성 연지급신용장을 지난 97년 매입, 일경교역에 대금을 미리 지급했다. 하지만 사기거래를 이유로 BNP파리바가 대금상환을 거절하자 소를 제기, 1심에서는 승소했으나 2심에서는 패했다. 이번 판결은 국제상업회의소(ICC) 은행위원회에서 다뤄질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위원회는 오는 5월 프랑스에서 연지급신용장의 만기 전 대금지급 문제에 대해 논의, 국제적 통일기준을 마련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한국측에서는 송창순 ICC 위원과 채동헌 대법원 재판연구관이 회의에 참석한다. <김한진기자 siccu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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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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