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김치종주국 이미지 실추시키는 '김치분쟁'

우리의 대표적 먹거리인 김치가 체면을 완전히 구겼다. 중국산에 이어 한국산 김치 일부에서도 기생충 알이 검출됐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발표에 김치종주국의 이미지가 땅에 떨어지게 됐다. 중국은 한국산 김치와 고추장에서도 기생충 알이 검출됐다는 발표와 함께 한국으로의 김치 수출을 잠정 중단하는 강경조치를 취했다. 세계적 식품으로 자리 매김을 시작한 김치가 어쩌다 안팎에서 공격 받는 불량식품 신세가 됐는지 안타깝기 짝이 없다. 김치(kimchi)는 그동안 세계적 공인을 받기 위해 일본의 ‘기무치(kimuchi)’와 치열한 경쟁을 했다. 이제 겨우 싸움에서 이겨 공인을 받자마자 ‘김치분쟁’에 휘말린 것이다. 식품의 위생관리는 철저히 해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엉성한 행정처리로 내용이 과대 포장돼 김치하면 기생충 알이 연상되는 이미지가 정착될 수도 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 삼간 태우는 꼴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번 한ㆍ중 김치전쟁을 보면서 정부의 일 처리 방식에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검사결과 기생충 알이 검출됐으면 공식발표에 앞서 이를 중국측에 조용히 알려 철저한 위생관리를 요구할 수도 있었다. 시장상황과 한ㆍ중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사태가 커지면 감당도 못하는 한건주의 식의 발표는 감정싸움으로 발전하기 쉽다. 중국의 수출중단으로 당장 국내 식당은 물론 현지진출 한국 김치업체가 타격을 받게 됐다. 한ㆍ중간의 무역규모가 한해 1,000억달러를 넘어서고 농수산물의 수입이 증가함에 따라 이번처럼 통상마찰이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양측은 감정을 자제하고 김치분쟁이 통상마찰로 비화하지 않도록 대화로 풀어야 한다. 한국도 일본처럼 관계자를 중국에 파견해 위생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ㆍ중 식품검역 고위급 협의체’구성도 한 방법이다. 중국산 식품과 농수산물을 싸잡아 매도하는 것은 통상마찰을 부르고 반한 감정만을 키울 뿐이라는 것을 우리는 ‘마늘파동’으로 이미 경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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