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원화 급격한 평가절하/곳곳서 가격인하 요구/조영복(해외 통신원)

◎중소수출업체 대상/악의적 수입조건 제시/각별한 주의 요망최근 원화의 급격한 평가 절하와 아시아지역의 경제 불안으로 시황이 위축됨에 따라 한국업체들은 해외시장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해외수입상들은 한국으로부터의 수입과정에서 변칙적인 조건을 붙이는가하면 이를 통해 악의적으로 수출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나서 중소수출업체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지난달말 모 중소기업의 상무로부터 아주 절박한 전화가 걸려왔다. 홍콩에 온 그는 『수출에 긴급한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회사가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다』며 도와줄 것을 호소했다. 얘기를 들어보니 사정이 다소 복잡했다. 한국에서 카스테레오·CD플레이어 데크를 생산하고 있는 이 업체는 환율불안이 본격화되던 지난달 14일 홍콩의 중견 거래선으로부터 미화 33만달러의 수출신용장을 받고 20일에 선적, 24일 홍콩에 수출품을 도착시켰다. 신용장의 발행일은 11월11일(만기일 11월30일)이었으며 선적만기일은 25일이었다. 그러나 수입상은 신용장에 『수입상의 선적품 인수증이 첨부되어야 수출대금의 네고가 가능하다』는 조항을 제시하면서 『시황이 좋지못해 선적품의 3분의1만 인수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고했다. 통상적으로 수입상이 수출품 도착 즉시 물품전체 인수증을 발급하고, 이를 받아 즉각 네고에 들어가려했던 중소업체로선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이 회사는 그제서야 과거엔 없었던 새로운 조항이 들어있음을 알고 허겁지겁 홍콩에 날라와『그같은 주장은 상식밖』이라며 인수증 발급을 요구하였으나 홍콩수입상은 막무가내로 거부했다는 것이다. 이 중소기업 입장에선 단 몇푼이라도 아쉬운 상황에서 전혀 예기치않은 문제로 자금 운용에 차질이 생기는 바람에 회사존립마저 위협받을 수 있어 어떤 방식으로든 처리해야할 상황이었다. 여기서 문제는 그 중소기업이 특이하지도 않고 악용될 것으로 전혀 생각치않았던 조항을 담은 신용장을 접수, 처리한 사실이다. 또 수입상의 요구대로 수출물품의 3분의 2를 한국으로 되가져갈 경우 마땅한 신규 바이어를 찾기 어려울 뿐아니라 엄청난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신용장 개설부터 물품 도착까지 불과 2주내에 이루어졌으므로 바이어의 주장처럼 그 사이에 시황이 나빠졌다는 점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때문에 지난 10월말이후 아시아의 금융중심지인 홍콩에 전해지고 있는 원화의 절하소식을 접한 바이어가 절하율만큼 수출대금을 깍으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판단되지만 개설시부터 철저하게 악용할 목적을 갖고 있었는지는 분명치 않았다. 결국 바이어와 5시간의 줄다리기 끝에 최소한 30%이상의 단가 인하를 요구하는 바이어를 설득, 15%로 인하폭을 줄이는 「상처뿐인(?) 선방」으로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국제금융전문가 수준의 전문지식을 갖춘 홍콩인 특유의 상술에 말려들어 별로 주의하지 않고 신용장을 받아들인 실수가 큰 손해를 불러 일으킨 것이다 한국 외환시장의 불안정이 계속될 경우 이와 유사한 피해를 입는 중소기업이 속출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무공홍콩무역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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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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