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바닥을 쳤다”“아직 아니다. 외국인에 이어 기관까지 매도공세에 가세해 더 떨어질 수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14일 9일만에 반등에 성공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 바닥 확인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바닥을 쳤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이라크 전쟁 위기와 북한 문제에 이어 SK그룹 사태까지 터진 상황에서 반등한 만큼 이제 악재는 대부분 시장에 반영됐다는 입장이다. 특히 상승폭이 오후 들어 둔화되기는 했지만 드디어 기다리던 반등이 나왔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추가하락을 예견하는 전문가들은 시장을 이끌고 있는 매수세는 개인들 뿐인데다 외국인에 이어 기관까지 매도세에 가세, 시장 상황이 더 불안하다는 분석이다.
14일 종합주가지수는 전일 미국 증시가 전쟁 없이 이라크와의 교착상태가 종료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급등한데다 한ㆍ미 정상이 전화통화를 통해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큰 폭 오름세로 출발했다. 하지만 장 중 한 때 전일보다 16포인트 가량 뛰어 올랐던 종합주가지수는 오후 들어 SK그룹 리스크가 다시 불거지며 오름폭을 줄여 전일보다 5.87포인트 오른 537.65포인트로 마감했다.
◇500선대 초반 바닥 찍었나=종합주가지수는 전일 510선까지 밀렸다가 막판 대규모 프로그램 매수세에 힘입어 낙폭을 단숨에 만회하며 보합으로 마감했다. 이에 따라 종합주가지수가 510선대 초반에서 바닥을 찍은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전일 지수가 장중 510선으로 밀리면서 20일선과 지수와의 이격도가 88까지 떨어지며 90을 밑돌았다. 일반적으로 20일 이격도는 가장 유용한 과매도 지표로 사용되며 90을 밑돌 경우 주식시장이 상당한 과매도 국면에 빠져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지난해 4월 이후 하락장에서 20일 이격도가 90을 밑돈 4차례 모두 곧 의미 있는 반등이 나왔다는 점도 20일선의 신뢰도를 높여 주는 부분이다.
강현철 L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라크ㆍ북한ㆍSK사태 등 모든 악재들이 지수에 이미 반영돼 500선대 초반에서 바닥을 찍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수가 일시 휘청거릴 수는 있어도 기술적반등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정치권이 경제 및 주가 살리기에 적극 나설 뜻을 밝힌 점도 주가 바닥을 설명하는 주요 근거로 지적되고 있다.
◇바닥으로 보긴 아직 이르다=하지만 아직 주시시장이 바닥을 쳤다고 보긴 이르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우선 기관들이 사흘째 대규모 로스컷(손절매) 물량을 쏟아내고 있는 점이 부담이다. 기관들은 SK그룹 분식회계에 따른 주가하락과 환매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 12ㆍ13일 이틀 동안 2,273억원 어치를 내다팔았고 이날도 1,210억여원을 팔아치웠다. 따라서 기관들의 로스컷이 잠잠해지기 전까지 바닥에 대한 판단을 다소 늦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외국인들이 한국시장에서 일관된 매도공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바닥에 대한 신뢰를 낮추는 요인이다. 외국인들은 전일 미국 증시의 급등에도 불구하고 89억원을 순매도하며 나흘째 매도세를 이어갔다.
전상필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들이 미국 증시 급등에도 불구하고 매도세를 보였다는 것은 아직 한국에 대해 중립적 입장을 이어가겠다는 뜻”이라며 “외국인들의 순매수 전환 없이 의미 있는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하락 가능성 높진 않지만 관망세가 바람직할 듯=주식시장이 바닥을 찍었는 지에 대한 논란이 팽팽한 가운데 당분간은 단기 관망세를 이어가는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 우선 주식시장이 악재에 대한 내성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는 만큼 매도에 따른 실익은 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기관 및 외국인 매도세와 아직 진행 중인 SK 사태를 고려할 때 반등 시에도 적극적인 시장참여가 망설여지는 상황이다. 홍성국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이라크와 북핵 문제, SK 파문 등 세가지 리스크 가운데 한 가지가 긍정적으로 해결될 때 한국시장의 과도한 저평가가 해소되고 두 가지가 해결되면 상승추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재용기자 jy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