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7월 9일] 방송시장 공정경쟁 하려면

스포츠 시합을 보다 보면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 선수가 경기의 룰을 준수하지 않고 반칙을 일삼거나 심판 판정이 공정하지 않을 경우는 물론이고 관객이 질서를 지키지 않을 때도 시합은 엉망진창이 되기 일쑤다.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ㆍ심판ㆍ감독ㆍ관객 모두 공정한 규칙을 따라야 흥미로운 시합이 이뤄지고 해당 종목의 인기도 높아진다. 시장에서의 경쟁도 마찬가지다. 공정한 법ㆍ제도하에서 사업자와 정부 관련 기관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소비자의 의식도 성숙해질 때 해당 산업이 발전할 수 있고 고객이 누릴 수 있는 혜택도 커진다. 인터넷TV(IPTV) 상용화를 눈앞에 둔 지금 국내 유료방송의 무한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그러나 시합의 규칙이라 할 법과 규제 현황을 살펴볼 때 공정경쟁을 저해함은 물론 자칫 산업발전의 제약을 가져올까 걱정스럽다. 유료방송시장을 둘러싼 규제는 상품구성과 요금제 등을 관할하는 사업분야의 규제와 상품 및 서비스의 품질을 결정하는 기술분야의 규제로 나눠질 수 있다. 사업분야의 규제가 판정 같은 규정이라면 기술분야의 규제는 작전타임과 선수선발 등과 같이 지정된 틀 안에서 팀의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한 참여자 간 규약이라 볼 수 있다. 시합에 나가기 전부터 팀의 전력을 결정하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기술규제는 공정경쟁의 중요한 요소다. 기술규제 여건은 다시 기술기준 요소와 규제절차 요소로 나눠진다. 기술기준 요소가 선수교체ㆍ작전타임의 허용범위 같이 경기장에서 지켜야 할 룰이라면 규제절차 요소는 선수선발ㆍ연봉협상 같이 참가자가 경기참여를 위해 지켜야 하는 규약이라 볼 수 있다. 두 가지 모두 경기 결과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까닭에 공정하게 적용돼야 한다. 현재 방송통신융합시장에서 케이블사업자는 방송이 갖는 공익적 특수성이라는 명목하에 광동축혼합망(HFC) 주파수 사용 세부목적 규제, 헤드엔드 등 일부 설비 변경시 사전신고제 등 타 서비스산업 사업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기술규제를 받아왔다. 물론 공익성을 고려한 규제는 필요하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 될 사항은 현재의 디지털케이블방송은 기존 아날로그 방송과 전혀 다른 성격의 서비스라는 것이다. 실례로 디지털케이블방송 서비스는 아날로그 방송과는 달리 디지털 세트톱박스를 통해 방송을 공급하기 때문에 고객의 TV가 케이블 방송국으로부터 오는 전기신호와 직접 접속하는 상황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케이블방송에 대한 기술규제의 대부분은 여전히 고객 TV를 전기적으로 보호할 필요성이 제기됐던 이전 아날로그케이블 시대의 규제항목을 준용한 것이다. 서비스의 안정성 증진과 고객정보 보호에 더 이상 기여하지 못하는 규제가 산업 발전의 저해 요소가 되고 있는 것이다. 방송통신시장의 불균등한 기술규제는 방송과 통신이라는 서비스 성격의 차이뿐 아니라 사업자의 차이에 따라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심각한 문제이다. 케이블방송 서비스의 근간인 HFC를 이용할 때도 통신사업자는 주파수 배정, 압축ㆍ변조 방식 결정 등 기술 방식과 설비를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는 반면 케이블사업자는 사전신고와 허가 등 수많은 규제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규칙은 ‘누가 경기에 참여하는가’가 아니라 ‘어떠한 경기에 참여하는가’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 축구에서 한편만 2인3각 경기를 하듯 선수의 다리를 묶고 뛰어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면 게임 자체가 이뤄질 수 없다. 공정함을 담보로 선수와 심판ㆍ관객이 모두 수긍하는 흥미로운 경기를 만드는 것이 규칙의 존재 이유다. 동등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IPTV사업자와 케이블TV사업자는 같은 경기장에서 경쟁하는 선수와 같다. 아날로그방송환경에서 사업자에 따라 차별적으로 적용됐던 규제기준은 방송통신융합환경에 맞게 변경돼야 한다. 내용의 형평성과 동질성이 유지돼 방송통신융합시장에서 특정 플랫폼이나 사업자가 차별 받지 않도록 기술규제의 개편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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