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세계 주식시장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주가의 하락을 오히려 반기는 일부 투자자들도 있다. 흔히 ‘역발상 투자자(Contrarian)’로 불리는 이들은 일반 투자자들의 행동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때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주가 폭락이 있은 후 매수에 가담해 추가적인 주가 하락의 위험을 회피하는 한편 장기적인 초과수익을 노리는 전략을 즐겨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역발상 투자자의 매수는 52주 최고치 대비 주가가 50% 이상 하락한 주식 중 다음의 두 가지 요건 중 하나를 만족시킬 때 실행된다. 먼저 내부자 혹은 명망 있는 외부인에 의한 주식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또 다른 조건은 ▦PER가 12배 미만 ▦P/FCF(주당 순현금흐름)가 10 미만 ▦PSR 1.0 미만 ▦PBR 1.0 미만 중 2가지 조건을 만족시키는 경우가 그것이다. 이런 역발상 투자자들의 전략은 미국 주식시장에서 매우 유효했던 것으로 나타난다. 학계의 분석에 따르면, 50% 이상의 주가 하락을 경험한 종목은 이후 시장평균 수익률을 웃돌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역발상 투자의 원칙이 한국에도 적용될까. 한국 거래소시장의 전종목을 대상으로 매년 3월 말 종가를 기준으로, 52주 최고가 대비 50%와 30% 하락한 종목을 선정한 후 ▦저PER ▦저PBR의 조건을 만족하는 기업을 선정했다.
이런 ‘역발상’ 포트폴리오를 작성한 결과 1990년대에는 12개월 초과수익률이 각각 29.06%, 21.68%에 달했으며, 2000년대에는 5.97%, 5.46%의 초과 수익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일 1991년 3월31일을 기점으로 매년 반복해서 ‘역발상’ 포트폴리오에 재투자했다면, 8월 24일 현재 789%의 수익률을 기록하게 된다.
물론 이런 역발상 투자의 원칙을 실행에 옮기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무엇보다 주가가 30% 이상 급락한 종목이 ‘파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데다, 증권사의 애널리스트가 커버하지 않는 소형주의 경우에는 실적전망을 얻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KOSPI 200과 KOSDAQ 50에 속하는 대형 우량 기업들 조차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때에는 30% 이상 급락하는 일이 빈번한 만큼, 주가의 하락에 초조해 하기 보다는 역발상의 자세를 따르는 것도 의미 있는 전략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홍춘욱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