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커지는 신흥국 내수 시장… 긴밀하고 신속한 현지화 필요"

'2011 해외투자 유망국 박람회' 좌담회<br>'기업 경쟁력 강화 위한 성공적 해외투자 방안'

콥삭 추티쿨(왼쪽부터) UNCTAD 수석고문과 조환익 KOTRA 사장,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케빈 루 MIGA 아태지역국장이 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성공적 해외투자방안' 에 대한 좌담회를 갖고 있다. /김동호기자

참석자
조환익 KOTRA 사장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콥삭 추티쿨 UNCTAD(유엔무역개발협의회) 수석고문
케빈 루 MIGA(국제투자보증기구) 아태지역국장
조환익 사장
전통적 수출만으론 한계
급변하는 시장 대응 위해 현지 마케팅 중요성 커져
추티쿨 수석고문
선진·신흥국 골고루 투자
中企 해외투자 초기에는 가까운 나라 공략 바람직
루 국장
인플레·정치적 사건등 불안정한 시장환경 위협
최악 경우까지 대비해야
문휘창 교수
기업 소유·입지 우위등 진출국 철저한 사전 연구
핵심분야 각국에 분산을
"한국이 진정한 경제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수출뿐 아니라 선진국과 신흥국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해외투자가 함께 뒤따라야 합니다." 19일 서울 삼성동 COEX에서 KOTRA가 주최한 '2011 해외투자유망국 박람회' 개막에 앞서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성공적 해외투자 방안'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해외직접투자의 중요성에 대해 입을 모았다. 이들은 "한국은 기존의 전통적 투자방식과 새로운 투자 방식을 모두 추진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국가"라며 "다만 해외진출에 앞서 현지 시장에 대한 철저한 사전연구와 핵심역량의 분산을 통해 투자위험을 낮추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회=최근 세계시장과 한국기업의 해외직접투자(FDI) 동향에 대해 어떻게 보나. ▦추티쿨 수석고문=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감했던 세계 각국의 해외직접투자는 최근 들어 느리지만 회복하는 추세다. 2007년 2조1,000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글로벌 해외직접투자는 2008년 크게 감소한 뒤 지난해 1조1,000억달러로 점차 살아나고 있다. 이러한 증가세는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해외직접투자의 흐름에서 가장 흥미로운 특징은 신흥개도국에 대한 투자비중(53%)이 사상 처음으로 전체 투자의 절반을 넘어섰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변화는 신흥국 경제의 빠른 회복세와 더불어 신흥국에서 신흥국으로의 투자 증가, 국경을 초월한 인수합병(M&A) 활성화에 기인한다. 이 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더욱 활발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통계적으로는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되지만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선진국 대열에 있는 국가다. 하지만 한국이 안정된 투자환경을 갖춘 온전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선진국과 신흥국에 대한 조화로운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조 사장=최근 전반적인 세계투자 동향은 다소 위축됐지만 한국의 해외직접투자는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2000년 63억달러에 불과하던 해외직접투자는 지난해 335억달러로 10년 새 무려 5배 이상 늘어났다. 해외투자의 종류는 크게 투자대상국의 구매력을 보고 접근하는 '시장추구형'과 천연자원 등을 중시한 '자원추구형', 현지 기업이나 연구시설을 인수하는 '자산추구형', 인건비를 비롯한 생산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효율성추구형' 등 4가지로 구분된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한국의 경우 해외투자의 4가지 유형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우리나라의 초기 해외투자는 통상마찰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이 컸지만 지금은 해외천연자원을 겨냥한 자원추구형과 저임금 국가를 찾아나서는 효율성추구형, 해외기업을 직접 인수해 기술력을 확보하는 자산추구형 등 다양한 투자 패턴을 통해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의 해외직접투자도 늘고 있으며 해외 소비자들의 기호를 맞추기 위해 직접 현지 소비시장에 뛰어드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사회=기업경쟁력 제고 관점에서 해외직접투자를 바라본다면. ▦문 교수=일반적으로 초국적기업(TNCs)은 현지국가의 기업에 비해 자금력이나 기술적 측면에서 뛰어나게 마련이다. 때문에 초국적기업이 이러한 독점적 우위나 소유 우위를 토대로 해외에 진출할 경우 임금절감, 해외시장 확대 등의 효율성 측면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이는 전통적인 해외직접투자 방식이다. 반면 최근 부각되고 있는 비전통적인 투자 방식은 기업이 우위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해외직접투자를 통해 새롭게 우위를 창출하는 형태다. 예를 들어 한국의 LG전자가 미국의 TV 제조업체인 제니스를 인수해 평면 스크린 기술을 습득하거나 삼성전자가 이탈리아에 디자인센터를 설립해 첨단 디자인을 배우고 연구하는 것이다. 과거 중국의 상하이자동차가 한국의 쌍용자동차를 인수하려고 했던 목적 역시 새로운 기술을 얻기 위해서였다. 여기서 한국기업들의 성공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한국기업들은 전통적 또는 비전통적인 투자 방식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실행속도 역시 매우 빠르다. 최근에는 기업들의 시스템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져 가고 있다. 즉, 앞으로 우리 기업들도 해외직접투자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글로벌 경쟁체제 하에서 남다른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조 사장=해외시장 개척의 관점에서 최근 가장 큰 화두는 신흥국 내수시장의 부상이다. 중국ㆍ인도 등 거대 신흥국 시장은 확대일로에 있으며 소비수준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신흥 시장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보다 긴밀하고 신속한 현지화가 요구되는 이유다. 때문에 전통적인 수출형태만으로는 현지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 노키아ㆍ삼성 등 글로벌 휴대폰 업체들이 품질 우위에도 불구하고 중국이나 인도에서 현지 로컬 브랜드의 위협을 받고 있는 사실은 이를 방증한다. 또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빨라졌다. 패스트 패션업계는 신제품 기획에서 출시까지 걸리는 시간이 4주로 단축됐다. 급변하는 해외시장 수요에 적기 대응하기 위한 현지 제조, 물류, 마케팅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른바 '신흥국발 역(逆)혁신'도 간과할 수 없다. 신흥시장 공략을 위해 개발된 제품을 선진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GE가 신흥시장을 겨냥해 현지에서 개발한 휴대성 높은 저가의 의료기기가 선진국의 저소득층 시장공략에 활용되거나 KFC가 인도인의 입맛에 맞춰 개발한 음료가 전세계 KFC 매장에서 판매하는 사례가 단적인 예다. ▦사회=그렇다면 글로벌 해외직접투자에 대한 위협요인은 없나. ▦루 국장=신흥개도국으로 범위를 좁혀보면 무엇보다 거시경제의 안정이 중요하다. 신흥국의 전반적인 경제성장 속도는 빠르지만 인플레이션 동향과 함께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제대로 관리할 능력이 있는지는 고민거리다. 또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도 문제다. 대부분의 해외투자가들은 자국에 비해 덜 투명하고 불안정한 규제 및 정책환경에 접하게 된다. 정치적 사건과 민간 소요도 또 다른 위협요인이다. 해외투자기업들은 이러한 가능성에 대해 최악의 시나리오를 만들어 주의하는 것 외에 능동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게 불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자금조달 문제다. 일정 규모 이상의 해외투자기업들은 현지에서 자금차입을 병행하게 마련인데 신흥국의 현지 금융기관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에는 애로사항이 많은 게 사실이다. ▦추티쿨 수석고문=우선 투자유치국(host country) 측면에서는 현지 이해관계자들의 로비에 따라 광업ㆍ농업 등 민감한 분야에 대한 투자장벽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투자국(home country) 측면에서는 자국의 경기회복을 촉진하기 위해 해외로의 투자를 억제하는 투자 보호주의가 대두될 수도 있다. 일부 투자국가의 통화가치 불안정, 국가채무 증가와 재정위축도 해외직접투자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 밖에 기업의 이익감소와 금융위기 이후의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된 것도 해외직접투자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사회=해외직접투자를 고려하거나 진행하고 있는 한국기업의 바람직한 전략이 있다면. ▦문 교수=해외직접투자의 위험을 줄이는 첫 번째 전략은 진출기업의 소유우위와 진출대상국의 입지우위를 모두 잘 연구해 투자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 없이 해외로 나갈 경우 실패하기 쉽다. 예를 들어 한국의 소셜네트워크 분야 선두주자였던 싸이월드가 해외 선진시장에 진출했다가 실패한 데 이어 이제는 국내기반마저 페이스북에 밀리고 있다. 또 모스크바에 진출한 롯데백화점은 현지상황에 익숙하지 못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러한 실패 모두 기업의 소유우위와 현지에서의 입지우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리스크 관리 전략은 사업의 핵심 분야를 모두 해외로 가져갈 게 아니라 일부는 본국 또는 제3국에 두는 것이다. 애플의 생산기지는 중국이지만 연구개발과 주요시장은 중국이 아니기 때문에 애플의 협상력이 큰 것이다. 나이키는 한 발 더 나아가 생산기지도 여러 곳에 분산시킴으로써 어느 한 지역에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 위험에 대처할 수 있다. ▦추티쿨 수석고문=먼저 기업의 해외투자 목적이 고려돼야 한다. 투자 목적에 따라 가장 중시되는 입지요건이 달라질 것이다. 물론 투자유형에 관계없이 정치경제적 안정성, 법치에 대한 존중, 투자정책의 일관성 및 개방성 등은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요소다. 중소기업의 경우 해외투자 초기 단계라면 지리적으로 모국에서 가깝고 문화적 연관성이 있는 지역을 선택하는 것이 위험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이다. 아울러 현지에서 적절한 파트너를 찾을 수 있는지, 자국 정부와 현지 정부의 직접투자에 대한 지원은 어떠한지도 중소기업이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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