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씁쓸한 뒷맛 남긴 TPP 참여 선언

29일 진행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우리 정부의 공식적인 관심표명 절차는 몰지각한 국회와 미숙한 정부 때문에 엉망진창인 모습이 연출됐다. 우리 경제의 미래가 달려 있는 중요한 통상현안을 발표하는데도 발표시간은 수차례 왔다 갔다 했고 발표 장소도 중간에 바뀌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정부는 당초 이날 오후3시 광화문 세종로 청사에서 합동브리핑을 갖고 TPP 참여 관심표명을 밝힐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회가 일정 전체에 제동을 걸었다. 국회는 예산결산위원회 일정을 갑자기 잡았고 예산회의에 밀린 대외경제장관회의는 시간이 5시로 미뤄졌다. 회의 직후 열리는 합동 브리핑 시간 역시 오후6시로 순연됐다.


논란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장소도 갑자기 변경됐다. 당초 광화문의 정부서울청사였던 회의장소는 국회 인근의 수출입은행으로 바뀌었다. 그러다 국회일정이 예상보다 일찍 끝나면서 회의시간은 다시 4시로 앞당겨졌다. 예정된 회의시간 30분을 넘어서야 회의를 주재할 경제부총리는 모습을 보였다. 주요 장관들도 참여하지 않았다. 국회에 발목이 잡힌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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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로서는 물론 내년 예산을 쥐락펴락할 국회가 중요하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게 TPP가 갖는 엄중함과 사실상 TPP참여로 정부의 입장이 바뀌게 된 과정이다.

정부는 미국은 물론 유럽연합(EU) 등 거대경제권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었기 때문에 TPP참여는 아무런 경제적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참여를 꺼려왔다. 미국의 참여 압박에 지연전략만 펼쳤다. 그러던 차에 최근 미국과 중국 간의 힘겨루기가 본격화되면서 흐름이 바뀐 듯하다. 때마침 중국과의 방공식별구역을 놓고 갈등도 커졌다. 동북아 긴장이 높아지면서 경제적 실익보다는 외교ㆍ국방에 더 방점이 찍히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TPP를 참여해 미국 주도의 동북아의 질서를 지속할지 아니면 경제적 이익을 중시할지를 판단해야 했다. 대외경제장관회의는 그래서 중요했다. 의견을 취합해야 했고 참여할 경우 국민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필요했다.

중차대한 사안을 두고서도 국회는 발목을 잡았고 정부는 그저 우왕좌왕했다. 제대로 된 회의절차도 없이 외교적 압박에 굴복했다는 여운만 남긴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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