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서울 G20 정상회의] 자기덫에 빠진 美·中

미국- 양적완화 경주합의 위반 각국의 지탄 대상 불보듯<br>중국- 경상수지 흑자 너무 늘어 무역 불균형국 낙인 긴장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글로벌 경제의 미래를 논의하는 다자간의 자리이지만 실제 회의의 축은 미국과 중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회의의 핵심 의제인 환율분쟁 해소의 주인공이 바로 이들 두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회의를 앞두고 공교롭게도 미국과 중국은 스스로에 덫에 갇혔다. 미국은 양적완화 조치에, 중국은 지나친 무역흑자에 각각 발목이 잡히며 자국이 주장하는 논리에서 스스로 벗어나고 있다. 미국 양적완화와 중국 무역흑자가 각각 자국의 아킬레스건이 되면서 G20 회의가 예상보다 훨씬 순탄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역설적인 관측마저 나온다. 자신들의 약점을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정상들이 자신들만의 주장을 고집하지 못할 것이고 결국 경상수지 목표제와 같은 민감한 이슈에 통 큰 합의가 나올 것이라는 역발상이 그것이다. 미국의 양적완화 조치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미국을 제외한 19개 국가들의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미 수개월 전부터 예고되기는 했지만 당초 예상보다 소폭 많은 6,000억달러의 양적완화 조치를 발표한 뒤 각국은 작심한 듯 '의도적 통화절하를 자제하자'는 경주합의 정신에 어긋났다는 것이다. 자국통화 절상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브라질의 비판이 특히 거세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모잠비크를 방문한 자리에서 '양적완화 조치가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를 위해서도 좋은 것'이라고 말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미국의 실수로 여러 국가에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주광야오 중국 재정부 부부장도 지난 8일 "미국의 2차 양적완화 정책은 주요 화폐 발행국이 짊어져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뿐만 아니라 과도한 유동성이 신흥국에 몰고 올 충격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하물며 미국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 멘토라 할 수 있는 폴 볼커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장은 최근 서울에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통화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양적완화로 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경상수지 목표제를 비판했던 중국은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무역흑자가 너무 늘어 난감한 상황이다. 중국은 10일 자국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271억달러로 9월(169억달러)보다 100억달러 이상 늘어났다. 9일 블룸버그가 이코노미스트 27명을 대상으로 사전 조사한 예상치 250억달러보다 많은 것으로 중국 정부가 스스로 무역흑자가 감소하고 있다고 밝힌 것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결과다. 이 때문에 중국은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이 이 같은 무역불균형을 거론하면서 대규모 흑자가 중국 위안화의 저평가에서 비롯됐다고 맹공을 가할까봐 바짝 신경을 쓰고 있다. 미국이 10일 재무차관회의에서 이번 회의의 의제에서 사실상 소멸된 것으로 예상됐던 '4% 룰'을 다시 들고 나온 것도 이 같은 중국의 무역흑자에 자극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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