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산업에 종사하는 영화인은 약 4,000여명(2001년 12월~2002년 11월까지 개봉된 작품의 스탭 리스트 기준)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여성인력으로 추산되는 비율은 대략 25%다. 그러나 이들 여성인력들은 자신의 일에 대한 자신감이 높지만 일터로서의 현실은 열정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영화인모임 정책팀이 최근 출간한 `여성영화인 활동현황과 정책대안`자료집에 의하면 불안한 고용구조와 낮은 임금수준, 열악한 근무환경과 복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평생직장으로 생각하고 스스로의 권익신장에 대한 인식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는 지난해 8,9월 두달동안 여성영화인에게 물어봤다.
직종현황으로는 연출, 제작, 촬영, 조명, 의상 등을 포함하는 현장 부문에서 제작과 연출이 동일하게 32.3%로 가장 많아 최근의 여성인력구조 변화양상을 뚜렷이 보여준다. 연령대는 20대가 현장(85.4%), 비현장(기획ㆍ마케팅, 투자ㆍ배급 등)82%로 30대에 비해 월등히 많다. 또한 현장의 미혼자 비율은 97.8%에 이른다. 이는 젊은 여성들의 영화계 진출이 급격히 늘어났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영화계, 특히 현장은 30대 이상의 기혼여성이 일하기에 어려운 환경임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또 여성의 영화산업 종사를 위한 적합성 여부를 묻는 질문(복수응답)에서 적합한 이유로 `능력 위주의 평가`를 가장 많이 꼽아(현장 47.9%, 비현장 49.3%) 영화계는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차별적 관행이 적다는 것을 드러낸다. 부적합하다는 응답의 이유로는 산후휴가, 탁아보조 등 여성 복지정책의 부재(현장 57.3%, 비현장 73.1%)와 낮은 임금(현장 34.4%, 비현장 37.4%)이 차례로 꼽혔다. 조사에 의하면 전체 영화계 여성인력이 95% 이상이 대졸 이상인데 반해 팀원급 현장 종사자의 연간소득은 500만원 이하가 52%에 달했다.
다른 분야에 비해서 성차별적 관행이 적다고는 하지만 성차별 문제는 여성 영화인들에게도 예외가 되지 않는 고민거리다. 일하면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하거나 불이익을 받았다고 느낀 적이 있는가하는 질문에 현장의 50%, 비현장의 20.9%가 있다고 대답했다. 또한 성희롱을 겪었거나 목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46.7%에 이른다. 성희롱/ 성폭력 가해자로는 현장의 경우 도제책임자(팀장급)가 77.6&로 가장 많아 이 문제가 `권력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언론 홍보가 중요한 일거리인 비현장에서는 언론계 종사자(44.4%)로부터 가장 빈번하게 성희롱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문재기자 timoth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