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炯旿(국회의원·한나라당 정보통신위원장)금년 봄 중국과 일본을 각기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일본정부와 중국공산당의 차세대 정치인 초청케이스로 방문하였기에 짧은 기간임에도 집중적으로 볼 수 있었고,운좋게도 양국으로부터 모두 초청된 사람은 나 혼자였다.
2000년이상을 같은 역사무대에서 교류하고 부딪치고 부단한 관계를 맺었던 나라, 그러면서도 막혀 있었던 나라, 애써 외면한 나라가 아니던가. 이번 방문에서 느낀 가장 강렬한 키워드는 「반성」이었다. 우리가 이럴때가 아니라는 자각이다.
나라와 나라를 비교할 때 몇년 또는 몇십년 앞섰느니 뒤섰느니 식으로 따지기를 좋아하지 않는 나는 중국에 가서는 생각을 바꾸지 않을 수 없었다. 정확히 4년8개월만에 다시 밟은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의 변화하는 모습에 한마디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고속도로가 휑하니 뚫렸는가 하면 그 사이로 수십층 고층빌딩이 즐비하다. 도시 곳곳이 파헤쳐지고 있고 도로에는 승용차가 붐빈다. 사람들의 표정과 눈빛이 살아있고 안색도 훨씬 좋아졌다. 지난(濟南)같은 지방도시도 이러한 「붐잉」현상은 마찬가지였다.
불과 5년사이에 서울을 능가하는 고층빌딩의 숲을 통과하면서 나는 10년후의 서울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홍콩 반환기념으로 건설된 베이징 서객역(西客站)의 내용을 보면 압도당하고 만다. 역사 1층은 플랫폼이며 20개 열차의 동시 발착이 가능한 이 엄청난 건물이 불과 13개월만에 완공되었다고 하니 믿기지가 않는다. 하드웨어 뿐만아니라 소프트웨어도 많이 달라졌다. 종전까지 4∼6일 걸렸던 베이징∼홍콩간(2,381㎞)이 28시간으로 단축된 것이다. 서객역앞 12차선 도로를 가로질러 제2의 역사를 건립한다니 할말이 없다.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치밀하고 체계적으로 보인다. 베이징으로의 구심력을 확보하고 통일된 경제권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사회간접자본이 절대적이다. 또한 사영화(私營化)와 사유가 급속화하고 있지만 토지가 국가소유인 현재 길을 닦거나 도로부지를 확보해 두는 것이 현명한 국가경영책이라 생각된다.
일본에 머문 2주간동안 한국이 일본을 너무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하는 기간이었다. 일본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이 전부인양 자만하고 있는 사이에 일본은 저멀리 달아나 있었다.
길가에 종이한장 버리지 않고 상대방에게 늘 미소짓고 항상 겸손하며 언제나 양보하는 그들의 혼네(本音)는 무엇일까?
우리는 일본의 신사(神社)를 주목했다. 일본인 스스로 「800만 신」을 모신다고 할만큼 일본은 귀신의 나라이다. 태어나서부터 죽을때까지 시시때때로 「귀신」에게 복을 비는 것이 그들의 생활이다. 그들은 천황도 모시고 조상도 모시고 전쟁에서 죽은자들을 모두 모시면서 어제속에서 오늘을 믿고 내일을 비는 것이다.
섬나라인 일본은 불안한 것이 많다. 태풍·지진·화산은 매년 반복된다. 비는 많고 기후는 변덕이 심하다. 많은 인구에 비해 국토는 좁고, 큰 강도, 탁트인 평야도 없다. 함께 살자고 하지 않으면 다 죽게 되어 있다. 8만개의 신사와 7만5,000개의 절들이 일본인의 정서적 안식처요 정신적 결속처 역할을 단단히 하고 있는 것이다.
도쿄만(東京灣)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형 다리를 통과하면서 우리는 일본의 인프라가 완성단계임을 확인했다. 일본이 사회간접자본의 눈을 인터넷과 네트워크에 돌리고 있는 시점에 중국은 도로와 철도, 전화선 확충작업을 힘차게 벌이고 있는 것이다.
동북아 중심공항으로 일본의 간사이(關西)와 우리의 영종도가 거론되는데 중국의 베이징도 꿈틀댄다. 홍콩의 책랩콕 공항과 베이징 공항을 허브포트로 연결하겠다는 발상이다. 세계 최대의 베이징 공항이 건립된다면 우리에게도 영향이 클 것이다. 21세기의 세계가 도시중심으로 전개되리라는 나의 오랜 주장은 중국에서 실현되고 있었다.
일본은 우리보다 훨씬 멀리 앞서가고 있다. 기초체력도 매우 튼튼하다. 좀체 흔들리지도 않는다. 일본의 시각은 아시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 서구에 있다. 지극히 동양적인 생활을 하면서 가장 서구적인 방향감각을 가진 나라 일본은 우리의 먼 이웃이다.
일본의 미래도시 미나또미라이 21의 상징인 랜드마크 빌딩(높이 269M)이나 상하이의 東方明珠(88층)는 아시아의 새로운 지도국가의 등장을 예고한다. 새로운 천년을 앞두고 그들은 바쁘게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역동성과 안정감, 거대함과 정교함, 포용력과 순응력 사이에서 우리의 좌표는 어디인가? 「화끈함」을 좋아하는 우리는 과연 미래에 대한 투자도 화끈하게 하고 있는가 자문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