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한은 '콜금리 딜레마'

내리막 경기 살리려면 내려야 하고 폭등 집값 잡으려면 올려야 되는데…<br>이달 동결 유력…9일 금통위 멘트 관심



“금리 인상만이 집값 잡는다” “한은 총재님 당신을 믿습니다” 한국은행 홈페이지에 쇄도하고 있는 네티즌들의 글이다. 콜금리 향방을 결정하기 위해 오는 9일 열릴 예정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기가 꺽이고 있는 상황이라 금리 인하 주장이 불거지고 있지만, 폭등세를 보이고 있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서는 금리 인상 카드를 써야 한다는 주장도 무시할 수 없어 한은의 딜레마가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10월 이후 이번 금통위를 둘러싼 외부 환경에서 가장 크게 변한 것은 부동산 시장 불안 문제다. 정부가 지난 3일 부랴부랴 급조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부동산 가격이 잡힐 지는 미지수다. 정부와 여당 등이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를 압박해고 있지만 한은으로서는 오히려 금리 동결의 든든한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한은은 지난 3년간 시중의 과도한 유동성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부동산 가격을 지속적으로 급등시켜 왔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미 금리 인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 왔다. 금리 인하를 통한 인위적인 경기부양보다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들의 투자를 장려하고 중장기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게 더 시급하다는 것. 이성태 한은 총재는 지난달 27일 부산대 강연에서 “경제성장률이 4~5%, 물가상승률이 2~3%라면 균형금리가 아무리 낮아도 6~8% 수준은 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금리 동결은 물론 추가 인상 가능성마저 열어놓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한은은 금리 인하로 시중에 유동성이 늘어나면 기업투자가 활성화되기 보다는 대출 급증으로 가계부채만 늘릴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은은 최근 하락 기미가 완연한 경기에 대해서도 낙관론을 내놓고 있다. 이 총재는 최근 “중장기적으로 한국경제는 견실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경기둔화세가 지속되겠지만 통화정책적 차원에서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더구나 미국 10월 서비스 지수가 예상보다 훨씬 높게 나오면서 미국 경제 경착륙에 대한 우려도 적어지고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의사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줄어들고 있는 분위기다. 모건스탠리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거시경제 상황이 침체를 진단하기에는 긍정적이고 한은이 성장보다는 성장보다는 부동산을 더 우려하고 있다”며 콜금리 인하를 기대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진단했다. 이어 “원화가 최근 급등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내년 2ㆍ4분기까지 콜금리가 현행 4.5%로 유지되고 이후 인하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일부 시장 관계자는 부동산 급등을 이유로 금통위가 콜 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다는 의견마저 내놓고 있지만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태다. 무엇보다 정부와 여당이 강력 반발할 게 뻔하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최근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 밑으로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을 방치하는 것은 정부의 책무가 아니다”라고 압박했고 강봉균 열린우리당 의원 등도 지난달 한은 국감에서 금리 인하를 주문한 바 있다. 한은 스스로도 중앙은행이 부동산 문제에 직접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여러 차례 밝혔다. 이 총재는 국감에서 “통화정책을 통해 부동산버블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통화정책은 기본적으로 물가와 성장의 흐름을 중시해 운영돼야 한다는 얘기다. 콜 금리 동결이 유력시되면서 시장의 관심사는 금리 자체보다는 관련 코멘트에 쏠리고 있다. 부동산값 급등을 우려하는 코멘트를 내놓을 경우 콜금리 인하 보다는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으로 비춰지면서 채권 시장이 영향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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