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北·美 ‘원칙vs원칙’ 氣싸움 팽팽

북핵해결을 위한 2차 6자회담 첫날 회의에서 미국과 북한은 원칙 대 원칙으로 불꽃튀는 신경전을 벌였다. 공개석상에서는 `신축성 발휘`(북한)와 `대북안전 보장 용의`(미국) 등의 유연한 표현을 구사했지만 기조연설과 양자협의 등 비공개 회담에서는 치열한 설전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개막식 인사에서는 양측이 다소 유연한 입장을 밝혀 회담성과에 대한 기대를 낳았다. 북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따뜻한 햇살이 비추고 파릇파릇한 새싹이 돋아나고 있다"는 말로 분위기를 유도하며 회담에서의 신축성 발휘를 시사했다. 미국 제임스 켈리 차관보는 "부시 대통령이 지난해 밝혔듯이 대북 안전보장을 할 수 있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이는 생중계되는 중국 CCTV를 의식한 외교적 발언으로 보여 의미가 반감됐다. 실제 양국은 비공개로 진행된 기조연설에서는 원칙에 대한 강조로 일관했다. 미국은 예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에 집착했다. "폐기대상에는 플루토늄뿐 아니라 우라늄도 포함돼야 한다"고 개막인사에서 포문을 연 켈리 차관보는 기조연설에서도 재차 고농축우라늄(HEU)프로그램 문제를 부각시켜 리비아식의 `자진신고와 폐기`를 하도록 북한을 압박했다. 개막인사와 기조연설 어디에도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동결 대 보상`원칙의 보상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핵 폐기에 어떤 전제조건도 있을 수 없다는 기존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북한 김계관 부상은 개막식 인사에서 "우리 정부는 일관된 입장에 따라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융통ㆍ신축성을 발휘해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기조연설에서는 원칙으로 돌아왔다. 북한의 원칙은 미국의 적대정책 포기와 북한 핵폐기를 동시에 이행하는 일괄타결방안. 북한은 이 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한 첫 단계로 `동결 대 보상`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이날 오후 양자접촉에서는 서로의 원칙이 부딪쳐 험악한 분위기까지 연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공방이 알려지면서 회담이 성과없이 끝나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전망까지 나왔다. 그러나 양측의 공방은 예견됐던 일이며 양측이 할말을 충분히 하면서 의견차이를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도리어 의견접근을 용이하게 만들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북미 양측이 지난번 과는 달리 격앙되지 않고 차분한 가운데 기조연설에 임한 것으로 알려져 이 같은 분석에 무게를 더했다. 양측은 특히 우리측이 제안한 북핵해법 3단계 가운데 `핵동결선언과 안전보장 약속의 교환`이라는 1단계에 대해서 큰 이견을 보이지 않고있다. 적어도 포괄적인 공동선언은 가능하다는 희망적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베이징=김정곤 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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