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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터너보고서' 논란
금감원 "금융사 경영진 선임 사전심사 강화"관치금융 우려 크고 금융위선 "월권행위"
김영기기자 young@sed.co.kr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 경영진 선임 과정에서 사전 적격성 심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이른바 '한국판 터너 보고서'를 만든 것을 놓고 논란이 거세다.
터너 보고서는 영국 금융감독청(FSA)이 지난 3월 금융위기의 원인과 감독업무 개선방안을 담아 발표한 리포트로 이를 받아들일 경우 당국이 은행장 등 금융회사 경영진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돼 관치금융을 불러올 것이라는 얘기다.
더욱이 금감원 보고서에 대해 금융위가 부정적인 입장을 표시하면서 제동을 걸고 권한이 없는 금감원의 '월권'이라며 불쾌함을 표시해 두 기관 간 해묵은 갈등이 다시 표출되는 양상이다.
1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10월 말 은행장을 비롯한 임원 선임 때 해당 은행이 이를 금감원에 사전 보고, 임원 후보가 주총에 상정되기 전 적격성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는 내용의 '위기 이후 금융감독 과제(일명 '한국판 터너 보고서')'를 금융위에 전달했다.
금감원은 170여쪽에 이르는 보고서에서 영국 FSA와 미국 통화감독청(OCC), 증권거래위원회(SEC) 등의 감독 사례를 인용, 금융위기 이후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적격성 심사가 강화되는 국제적인 추세를 감안해 금융사 임원의 사전적격심사제(fit&proper test)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적시했다. 현행 은행법과 감독규정에서는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 경고 이상의 제재를 받은 지 일정 기간이 지나지 않은 사람 등은 은행 임원이 될 수 없다.
영국은 여기에 전문성과 청렴성 등을 추가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능력과 품성까지 평가 대상에 넣고 있는데 우리 당국도 주요국 수준으로 심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종창 금감원장은 지난달 말 터너 보고서를 직접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금융위가 법 개정 사안이 포함된 만큼 발표 전 금융위와의 조율이 필요하다는 명분을 내세워 발표를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금융위의 한 당국자는 "영국은 우리 금융위와 금감원이 합쳐져 제도를 개편할 힘이 있지만 우리 감독원은 책임과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특히 금융위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보고서를 금융위가 수용하지 않자 의도적으로 외부에 노출한 것 아니냐는 시각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논란은 금융위와 금감원의 조직 리더 통합 등 감독기구 재편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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