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인사동] 전통문화의 거리에서 외국문화의 거리로

전통문화의 거리를 자랑하던 서울 인사동 거리가 외국문화의 거리로 변모, 안타까움을 사고있다.인사동은 최근 방한했던 엘리자베스 영국여왕이 이곳을 방문, 우리고유 문화에 찬탄을 아끼지않았을 만큼 외국에도 널리 알려진 대표적 전통문화의 거리다. 그러나 거리 양쪽에 가득찼던 고미술품 상점들이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장사가 안되면서 하나 둘 문을 닫는 곳이 늘더니 이제는 아예 중국·동남아 유물 판매점으로 전환한 것이다. 일요일인 2일 오후 인사동 I화랑. 높이 1M이상 검은색의 낯설은 부처 3개(각각 1,000만원), 부처님의 제자중 한사람인 포대의 와상(200만원) 등 화랑안에는 중국제 유물이 가득차 있다. 국산유물과 달리 대부분 금방 땅속에서 캐온듯이 곳곳에 흙과 때가 끼어 있다. 가게를 찾은 금발의 한 외국인이 중국유물을 보고 놀라워하며 가격을 물어보고 있다. 인사동에서 중국등 외제 유물만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골동품점은 I화랑외에도 또다른 I사를 비롯, Y·S·H·G사 등 7~8곳에 이른다. 한국고미술협회 부근 S점포는 인도산 향유·목걸이·부적등 동남아산 유물, 토산품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물건을 판매하는 아주머니는 인도산외에 태국·중국산등 없는게 없다고 귀띔했다. 인사동 거리에서 유리진열장 바로앞에 탁자를 놓고 기념품과 유물을 전시해놓은 고미술품 점포는 대부분 외제유물과 국산유물을 함께 판매하는 곳이다. 고미술품협회 관계자는 『인사동 고미술품점 130여곳중 20~30%는 아예 외제전문 고미술품점, 신작 미술품점, 기념품 가게 등으로 전환했고 나머지 70~80%도 대부분 살아남기 위해 외제와 국산 고미술품을 함께 팔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이 이들이 외제 골동품이나 기념품을 팔 수 밖에 없는 것은 IMF한파로 값비싼 국산을 찾는 고객은 크게 줄었지만 싼 외제 유물과 기념품을 찾는 이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IMF이후 골동품 수집상들이 중국·동남아 등지로부터 저가의 유물들을 대거 들여오고 있어 눈만 감으면 외제 골동품을 쉽게 구할 수 있다. 고미술품을 팔고 있는 崔모씨는 『중국·태국·인도등 동남아 현지를 직접 돌아다니며 골동품을 발굴해 들여오는 사람이 수십명』이라며 『이들이 인사동은 물론 전국으로 외제 유물을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IMF이후 전통 고미술품점 상당수가 문을 닫았다. 중원당·공명당·성지화랑·계성당·고흥 등 30년이상된 고미술품 터주대감들이 사라졌다. 임대료가 싼 골목 구석 점포나 2층이상의 점포로 옮긴 곳도 많다. 1~2명씩 둔 직원을 모두 내보내고 주인이 홀로 가게를 보는 곳도 많다. 인사동을 찾은 한학자 鄭모씨(50)는 『인사동은 5000년 역사의 문화상품을 파는 곳으로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이라면 한번씩은 들러보는 곳』이라며 『국적불명의 외제 유물들이 판을 치는게 안타깝다』고 말했다./오현환 기자 HHO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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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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