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한국과 네덜란드

지난 2002년은 한국과 네덜란드가 특별한 인연을 보여주던 해였다. 네덜란드 출신의 히딩크가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를 사상 유례없는 4강까지 올려놓음으로써 두 나라가 혼연일체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당시 한국에서는 물론 네덜란드에서도 상대국에 대한 진한 애정을 표시하며 고마워하는 모습을 역력히 읽을 수 있었다. 나 또한 한국을 열렬히 응원하며 기뻐했었다. 한국과 네덜란드는 역사적으로 깊은 인연을 갖고 있다. 한국이라는 나라를 서구에 최초로 소개한 사람은 다름 아닌 핸드릭 하멜이었다. 네덜란드의 항해사였던 그는 1653년 대만에서 일본으로 항해를 하다가 폭풍우를 맞아 제주도에 정박했고 13년간 서울에서 머물다가 네덜란드로 돌아가 ‘하멜표류기’를 집필했다. ‘하멜표류기’는 당시 한국 사회상을 정확하게 기록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을 서구세계에 최초로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후 한국과 네덜란드는 실질적인 교류는 없었지만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의 일원으로 참전하게 되면서 오랜 우방국가로서의 기틀을 마련했다. 사실 한국과 네덜란드는 공통점이 적지않다. 한국과 네덜란드가 지리적으로 동떨어져 있지만 유사한 자연조건을 지니고 있다. 한국은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지하자원이 풍부하지는 않다. 네덜란드는 국토의 적지않은 면적이 해수면보다 낮을 정도로 척박한 자연조건을 지니고 있다. 주변국가의 관계 또한 비슷하다. 한국은 동아시아의 강대국 사이에 끼여 역사적 고난을 적지않게 겪었고 네덜란드도 14세기 스페인에서 독립한 뒤 유럽의 강대국을 사이에 두고 역사적 수난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과 네덜란드가 오늘날 국제사회의 당당한 일원이 된 것은 두 나라의 국민성에 기인하고 있다. 한국이 역사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지혜롭게 이겨낸 것은 한국인의 단결력과 역동적인 국민성이었으며 네덜란드를 지탱해온 것도 위기에 굴하지 않는 국민성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지 두 나라의 관계가 더 끈끈하지 않나 싶다. 네덜란드는 국토면적이 남한의 3분의1에 불과하고 인구도 1,600만명밖에 되지 않지만 일인당 국민소득이 2만5,000달러를 상회하는 선진 복지국가이다. 특히 97년 한국의 외환위기 이후 네덜란드가 한국에 투자한 경제규모는 엄청나다. 또한 네덜란드는 EU 내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의 한국의 수출국이다. 현재 한국과 네덜란드는 경제교류는 물론 문화교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보다 발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동반자적 관계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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