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이노베이션 코리아 2014] 세대갈등 '공존의 길'은 있다 <1> 밥그릇 쟁탈전 된 일자리

지키려는 5060 vs 나누자는 2030… 세대간 직업 분업화로 풀자

노후준비 안된 베이비부머 잇단 생활전선으로

가뜩이나 얼어붙은 고용시장서 청년들과 충돌

업종별 차별화 유도·한쪽만 희생 강요해선 안돼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에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기성세대는 늘어난 수명과 노후준비 부족으로 정년연장을 당연시하고 사회에 나온 청년세대는 일자리를 나누자며 기성세대를 겨냥한다. 하지만 저성장 기조에 경제의 파이가 더 커지지 않는 이상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따라 인력시장에서 하루 벌이를 하는 가장들이 늘어나고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젊은이들에게 아르바이트는 필수가 된 지 오래다.

전문가들은 세대갈등이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앞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에서 세대갈등이 더욱 심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일자리 문제는 세대 간 밥그릇 쟁탈전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의 후폭풍, 고용시장에 부는 찬바람=고용시장에는 이미 저출산·고령화의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지난 1·4분기에는 50대 취업자가 30대를 앞지르더니 2·4분기에는 60대 이상 취업자가 20대를 추월했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가 근본적인 원인이지만 늘어난 수명과 노후준비 부족 등으로 생활전선에 뛰어든 고령 근로자가 늘어난 반면 청년층은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고용시장의 구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4분기 60세 이상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만2,000명(5.6%) 늘어난 364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20대 취업자는 361만4,000명으로 1만7,000명(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환갑을 넘긴 취업자가 손주 격인 20대보다 많아진 것은 정부가 고용동향 조사를 시작한 1963년 이래 처음이다.

특히 베이비부머들이 노후생활에 대한 불안감과 자녀 교육비 부담 등으로 은퇴시기를 늦추고 있는 것도 일자리 고령화를 부추기고 있다. 자녀들의 교육비 부담에 기대수명 역시 늘면서 나이가 들어서도 일을 내려놓지 못하고 은퇴 이후에도 일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러다 보니 가뜩이나 청년층의 취업문이 좁은 상황에서 일부 직종에서는 일자리를 놓고 세대갈등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년 60세 법은 시행…임금체계 개편은 미지수
=지난해 4월 국회는 정년 60세 의무화법을 통과시켰다. 법은 오는 2016년 1월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며 2017년 1월1일부터는 30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된다. 하지만 정작 국회는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해법은 제시하지 못했다. 기성세대는 정년연장에 안도했지만 청년층의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을 가중시켜 세대 간 일자리 갈등을 부추겼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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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체계 개편의 핵심으로 떠오르는 것이 정년은 늘리되 임금을 줄이는 '임금피크제'와 신규 고용을 늘리기 위해 일자리를 나누자는 '잡셰어링'이다. 하지만 현재 고용시장 상황에서 임금체계 개편이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려면 노동조합이나 근로자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대한상의회의소 조사에서 임금피크제 도입시 노조나 근로자의 반응에 대해 절반에 가까운 기업이 '반대할 것(43.2%)'이라고 답해 임금체계 개편시 상당수 사업장에서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됐다.

임금조정 없는 정년 60세 의무화는 청년고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년 60세 의무화가 신입직원 채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56.5%의 기업이 '신규 채용이 감소할 것'이라고 답했다. 임금체계 개편 등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청년과 중장년들의 일자리 경합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자리 갈등, 직업 분업화·차별화로 풀어야=아직 세대 간 일자리 갈등 문제에 대한 명쾌한 해법은 없다. 전문가들은 △경제성장을 통한 복지재원 확충 △신성장 산업 발굴 △대기업의 신규 일자리 창출 △인건비 등 임금체계 개선 △대·중소기업 임금격차 해소 △시간 선택제 일자리 활성화 등을 대안으로 꼽고 있다. 세대 간 일자리 분업화로 풀자는 주장도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일자리 세대 갈등, 대안은 없는가'를 주제로 연 심포지엄에서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우리나라 직업 중 상당수가 세대별 분업화가 제대로 되지 못해 경합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축구선수가 공격수·미드필더·수비수로 분업화된 것처럼 직업도 나이와 세대별로 분업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종별 차별화도 해법으로 제시된다. 손유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원은 "장년층과 청년층의 고용 형태는 업종별로 뚜렷한 차이가 난다"며 "청년이 선호하는 업종과 장년층을 활용할 수 있는 업종이 다른 만큼 좀 더 세부화된 일자리 나누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일자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한쪽의 고통이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철훈 바이트 대표는 "일부 노조가 임금피크제를 반대하고 정년연장만 환영하는 등 기득권에 연연해 하고 있어 아쉽다"며 "청년층 일자리는 기성세대들이 기득권을 버리고 일자리를 새로 창출하기 위한 시스템 마련 차원에서 다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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