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3월 6일] 아프리카에서의 값진 땀

남응진(삼성전자카사블랑카지점차장)

서부 아프리카 영업담당자로 카사블랑카에 첫발을 디딘 지난 2004년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프리카라고 하면 에이즈ㆍ빈곤ㆍ내전 등 부정적인 것들만 떠올렸다. 지금의 아프리카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아프리카는 자원외교의 각축장이다. 2006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필두로 일본ㆍ미국ㆍ한국 등 각국의 정상들이 빈번히 방문해 경제 인프라 건설지원과 자원개발을 맞바꾸고 있다. 또 아프리카에서는 자원민족주의가 급부상해 그들 삶의 질을 바꿔줄 유일한 희망으로 여기고 있다. 또 언론에서는 아프리카가 신흥시장의 단골메뉴로 등장하고 있다. 국내외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앞 다퉈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고자 하는 역동적인 시장으로 비춰진다. 전자 쪽만 하더라도 아프리카 시장은 놀라운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우리가 간과해서 안 될 것은 아프리카 시장에 대한 장밋빛 환상으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이다. 어느 지역이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철저한 사전 시장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행정 처리의 불합리는 차치하더라도 현지 파트너십 구축의 어려움, 열악한 물류, 밀수, 풍토병, 치안, 기후, 생활 환경 등 넘어야 할 산이 너무도 많다. 특히 사하라사막 이남의 국가들에서는 더 많은 주의가 요구된다. 전자업종의 경우 자국 직원을 파견해 거점을 구축한 예는 국내 회사를 제외하고는 전무한 상태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 역시 클 것이다. 언젠가 가나에 출장을 갔을 때는 말라리아에 걸린 것도 모르고 거래선과 미팅을 하던 중 이상함을 눈치챈 거래선 사장의 도움으로 신속히 치료를 받아 큰 화를 면하기도 했고, 시에라리온에서는 육로 교통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성한 유리창이 하나도 없는 헬리콥터로 이동을 하기도 했다. 베냉 출장 때는 거래선이 사진도 아닌 페인트로 그린 휴대폰 옥외광고물을 세워놓아 황당했던 경험도 생생하다. 아프리카 영업맨이라면 누구나 이런 에피소드 한두개씩은 가지고 있다. 그만큼 아프리카가 어려운 시장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땀방울을 흘린 결과 지금은 아프리카 어느 국가를 가더라도 우리나라 브랜드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으며 그 위상 또한 높다. 여기에는 그동안 열정과 의지 하나로 작게는 개인과 회사, 크게는 국가를 위해 묵묵히 일한 주재원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이제는 그 땀방울이 한국과 아프리카의 국가적 동반 관계로 연결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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