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찔끔 지원에 다시 좌절하는 재기 기업인

중기청·중진공 재창업자금 '빛좋은 개살구'

정책자금이 유일 돈창구인데 부실 두려워해 지급액 쥐꼬리

추가자금 지원도 거의 드물어


지난 5월 서울 목동 중소기업유통센터에서 열린 재도전종합지원센터 개소식에서 한정화(왼쪽 다섯번째) 중소기업청장, 박철규(〃여섯번째)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이 현판식을 마친 후 박수를 치고 있다. 최근 중소업계에서는 재창업을 하려는 업체에 대한 지원금액이 터무니없이 부족해 기업인 재기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제공=중소기업청

#. 재기 기업인 A씨는 지난 2011년 재창업지원사업을 신청했다. 등록된 발명 및 특허만 20개가 넘는 전문성과 부도 후에도 조달청에서 지정한 우수납품업체를 6년간 운영했던 경력 덕분에 어렵지 않게 지원 승인을 받았다.

문제는 지나치게 적은 지원자금 규모였다. 초기 자금 소요계획서가 거부당한 뒤 A씨가 수개월간의 원가분석 끝에 재신청한 금액은 3억3,000만원. 그러나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실제 받은 예산은 5,000만원에 불과했다.


A씨는 주어진 돈을 최대한 아껴 쓰며 버텼지만 끝내 제품개발을 목전에 두고 중진공으로부터 원금 상환 압박을 받다 결국 폐업하고 말았다. 그는 "돈 빌릴 수 있는 창구가 다 차단된 (신용불량자인) 재기 기업인이 이 돈(5,000만원)으로 포장마차라면 모를까 기술 기반 제조업 창업이 정말 가능하다고 중진공이 생각하는지 의문"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21일 중소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청과 중진공으로부터 재창업지원자금을 받았지만 너무 적은 지원자금 탓에 부실기업인으로 또다시 전락하는 재기 기업인들이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재창업지원 사업의 부실률은 이미 40%를 넘어선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처럼 재기 기업인들이 다시 무릎을 꿇는 주된 이유는 신용불량자 신분인 이들은 투자 외에는 정책자금만이 유일한 자금조달창구지만 제조업 창업에 턱없이 부족한 금액만 찔끔 지원 받고 있기 때문이다. 중진공이 기술성·시장성·도덕성 등 다면평가를 통해 골라낸 재기 기업인들에게 사업에 필요한 최소한의 자금조차 주지 않는 보신주의가 재기 기업인들을 다시 좌절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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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2011년에 재창업자금을 받은 재기 기업인 C씨는 "공장 부지 마련과 장비 도입에만 8개월이 걸리고 그 후 제품개발과 상용화 단계까지 마무리하는 데 총 2년이 걸렸다"며 "당장 분할상환이 시작되면 갚아야 할 돈도 매달 수백만원인데 이제 막 오더가 들어오기 시작했지만 정작 손에 쥐고 있는 돈이 없어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거래처에 미리 제품 생산을 위한 매입자금을 일부 받고 제조에 들어가는 계약방식으로 근근이 사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원금 상환기간이 곧 다가오면 그때부터는 어떻게 또 버텨나갈지 큰일"이라고 한숨을 토해냈다.

이 같은 재기 기업인들의 어려움은 관련 통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중기청·중진공 내부문건에 따르면 자금신청 대비 승인금액 비율은 2011년 24.0%에서 2013년 51%로 크게 높아졌지만 업체들이 받은 평균 지원금액은 2011년 2억3,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3분의2 미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시간이 갈수록 업체당 지원금액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애당초 부실이 두려워 가급적 많은 액수의 대출을 최대한 꺼리는 '보신주의' 때문이라는 게 중소업계와 학계의 분석이다. 이윤재 숭실대 교수는 "기업 특성은 산업별로 천차만별인데 소극적이고 획일화된 지금의 지원 형태는 문제가 있다"며 "재기 기업인들을 현장에서 관리하는 감독자에게 자급 집행에 대해 과감하게 권한을 이행하고 설사 일부 부실이 발생하더라도 인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배려한다면 '보신주의'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 문제인 것은 초기에 충분한 자금이 지원하지 않았다면 사업추진 경과를 보고 추가 자금지원도 이뤄져야 하지만 진행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점이다. 보신주의, 경직된 규정과 더불어 애당초 거치기간이 너무 짧게 측정된 것도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일반적으로 제품개발에만 약 2년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게 정설이지만 현행 제도 아래에서는 개발을 마치는 대로 당장 원금 상환부터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는 것.

이에 대해 중기청 관계자는 "재기 기업인들 중에 사전준비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서 그들의 요구대로 자금을 곧이곧대로 주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다만 사전에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비슷한 금액의 액수가 지급된 것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거치기간 연장 문제는 1년 거치 2년 상황인 일반 창업기업과 역차별 문제가 있어 재창업만 따로 개정하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중기청·중진공 재창업지원=재창업을 준비하거나 재창업일로부터 7년이 경과하지 않은 기업인에게 운전자금은 2년 거치 3년 상환, 시설자금은 3년 거치 5년 상환으로 융자해주는 사업이다. 규정상 업체당 지원 한도는 운전자금 10억원, 시설자금 35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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