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 클릭] 극초음속기


"황홀한 경험이었다. 그러나 어지러웠다."1825년 9월27일, 영국의 석탄산업 도시인 스톡턴과 달링턴간 철로에서 운행된 스티븐슨의 증기기관차를 시승했던 승객들의 반응이다. 이날 평균 운행속도는 시속 12.8㎞. 순간적으로 시속 20㎞를 넘을 때면 여성들은 비명을 질렀다. 기계문명이 처음 선사한 속도에 대한 인간의 집단반응은 현기증이었다.

△증기기관차 등장 이후 속도의 발전은 그야말로 어지러울 정도다. 1925년 독일에서 시속 200㎞짜리 기차가 등장해 더 이상의 진전은 없을 것이라고 여겼지만 오늘날 고속철은 시속 500㎞를 꿈꾼다. 음속이상의 대륙 간 진공열차의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비행기 속도의 진화는 철도보다 훨씬 빠르다. 1903년 라이트 형제가 키티호크의 모래둔덕에서 처음 날린 동력 비행기의 속도는 시속 11㎞에 불과했으나 1941년 로켓엔진을 장착한 독일의 Me136기는 시속 1,003.67㎞를 찍었다.


△불가능의 영역으로 여겼던 음속(시속 1225.㎞=마하1)을 돌파한 시점은 1947년 10월. 미국의 실험기 X-1이 음속의 벽을 넘었다. 오늘날 최신형 전투기의 최대 속도는 통상 마하2를 약간 넘는 수준. 1950년대 말에 이런 속도에 도달한 뒤 그 이상의 속도는 실제 전투에서 크게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연료소모가 극심하다는 한계로 일부 정찰기를 빼고는 대부분의 전투기가 마하2 안짝이다. 보잉747여객기는 마하0.83 정도다. 초음속은 경제성이 떨어지지만 속도를 향한 인간의 집념은 멈추지 않아 음속의 세계를 나누는 데까지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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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5를 넘으면 극초음속기로 분류하는데 최근 미국의 무인기인 X-51A가 3분30초간 마하5를 넘는 비행기록을 세웠다. B-52기에 매달린 미사일 크기의 X-51A기는 실험을 끝내고 자폭돼 용도 폐기되고 말았다. 프로젝트의 핵심인 스크램제트엔진 개발에 투입된 비용만 3억달러. 미국은 2004년 순간적으로 마하9.8의 속도를 기록했던 무인기 X-43 개발에도 수십억달러의 예산을 투입했다. 군사적 목적에 사용될 극초음속과 예산에 현기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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