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미국 무기한 양적완화-국제] "환율전쟁 방아쇠 당겨졌다" 글로벌 외환시장 비상 경계령

日 시장개입 예비조치 돌입 中·스위스도 발걸음 빨라져<br>방어력 약한 한국·브라질 가장 큰 위험 직면 분석도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매달 400억달러(45조원)의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전세계 외환시장에 비상경계령이 떨어졌다. 막대한 달러가 일거에 풀리면 상대적으로 유로ㆍ엔ㆍ위안화 등의 가치가 뛰어 수출시장에 직격탄을 날리는 것은 물론 경기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0년 8월 시동을 걸어 6,000억달러를 뿌리고 이듬해 6월 막을 내렸던 2차 양적완화(QE2)는 주요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10%가량 끌어내려 이른바 '환율전쟁'의 방아쇠를 당겼다.

일본 정부는 즉각 대책마련에 돌입했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일본중앙은행(BOJ)은 14일 새벽 FRB가 채권 매입 재개를 선언하자 곧장 '환율점검(rate check)'에 나섰다. 환율점검은 BOJ가 트레이더들의 거래동향을 감시하는 것으로 통상 시장개입의 예비조치로 해석된다. 나가오 다케히코 일본 재무차관은 이날 "환율 문제와 관련해 아즈미 준 재무상과 논의했다"고 밝혔으나 미국과의 사전 조율 및 환시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발언을 하지 않았다.


BOJ는 지난해 11월 이후 인위적인 환율 조정에 나서지 않았으며 엔화 강세가 나타난 6월 초 강력한 시장 개입 의지를 밝힌 적이 있다. 뉴욕시장의 엔화 환율은 13일(현지시간) 달러당 77.45엔에 마감해 2월 이후 최저치(엔화 가치 상승)를 기록했다. 모건스탠리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일본이 엔고 방어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환율이 크게 떨어질 개연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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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위안화의 향배도 관심이다. 중국 정부는 이날 환율 문제와 관련해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는 않았다. 하지만 게리 로크 주(駐)중국 미 대사는 이날 QE3 대책 발표에 앞서 "중국의 불공정한 환율 정책으로 미중 관계가 악화하고 있다"고 작심한 듯 발언을 쏟아냈다. 당분간 위안화 절상을 감내하라는 압박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대표적 환율 방어 국가인 스위스도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스위스중앙은행(SNB)은 지난해 9월 쏟아져 들어오는 외환에 따른 자국 통화의 가치 폭등을 막기 위해 스위스프랑화 환율을 유로당 1.20프랑에서 묶는 '유로페그제'를 도입했으나 이 과정에서 외환보유액이 국내총생산(GDP)의 70%선까지 치솟는 등 만만찮은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SNB는 이날 "페그제 시행을 당분간 유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한국과 브라질 등 신흥국이 가장 큰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이나 스위스에 비해 환율 방어 능력이 약해 '핫머니'가 몰려들기 쉽다는 것이다. 이 경우 글로벌 경기침체에 수출경쟁력까지 약해지면서 한국 경제가 휘청일 가능성이 크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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