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장수만 방위사업청장

"무기구매 투명성 높아져… 예산 거품도 빼야"<br>무기 구입등 별도 집행땐 보이지 않는 손실 적잖아<br>방사청은 계약관리에 집중 획득전문기관으로 변해야

◇약력 ▦1950년 부산 ▦1974년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1974년 행정고시 15회 합격 ▦1982년 미 브라운대 경제학 석ㆍ박사 과정 수료 ▦1994년 경제기획원 증권업무과장 ▦1997년 재정경제원 종합경제과장 ▦1999년 재정경제부 공보관 ▦2000년 주뉴욕총영사관 재정경제관 ▦2004년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 ▦2008년 조달청장 ▦2009년 국방부 차관


"방위사업청과 국방부가 각각 무기체계와 비무기체계에 대한 예산을 별도로 편성ㆍ관리하고 있어 눈에 보이지 않는 손실이 적지 않습니다. 무기 예산운용권과 국방중기계획 수립권을 방사청에서 국방부로 넘겨 컨트롤하도록 하는 것이 국방예산을 줄이는 길입니다."

장수만(60) 방사청장은 2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방사청이 무기 구매ㆍ관리의 투명성을 높였지만 이제는 국방예산을 줄이는 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국방획득체계 개편에 대한 소신을 거침없이 피력했다.


장 청장이 밝힌 방사청 개편안의 밑그림은 '효율성'과 '전문성'으로 요약된다. 방사청은 통합사업관리팀(IPTㆍIntegrated Project Team) 중심의 사업관리와 계약관리 등에 집중하는 획득전문기관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 장 청장의 소신이다.

장 청장은 이를 위해 관련 부처 간 막바지 법안 수정작업을 벌인 뒤 올 정기국회에 정부조직법과 방위사업법 개정안을 제출해 내년 1월 실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 16일 취임한 장 청장을 집무실에서 만나 '방사청 개편안'의 청사진을 들어봤다.

-먼저 방위사업청장에 취임하신 소감과 각오를 들려주십시오.

▦방사청이 획득전문기관으로서 더 잘할 수 있고 더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분야를 끊임없이 발굴해나갈 계획입니다. 앞으로 방사청이 국민과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획득전문기관으로 새롭게 거듭날 수 있도록 직원들과 노력하겠습니다. 기존 업무 관행과 현실에 안주하는 자세를 버리고 모든 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창의적 아이디어로 업무에 임하겠습니다.

-국방부 차관 시절에 방사청의 주요 기능을 국방부로 이관하는 '국방획득체계 개선'을 주도하시다가 방사청장에 취임하셨습니다. 청장에 내정됐다는 통보를 받으셨을 때 혹시 당혹스럽지는 않으셨나요. 직원들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방사청 개편의 본뜻을 이해하는 직원들은 오히려 제 구상에 동의하고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방사청이 개청된 지 5년 정도 됐는데 그동안 곁가지가 너무 자랐습니다. 방사청의 정책기능 등이 곁가지에 해당된다고 보면 됩니다. 방사청의 기능조정 문제로 2년 동안 소모적인 논란이 있었던 게 사실인데 곁가지, 즉 불필요한 기능을 제거하고 가지치기하면 본가지가 잘 자라게 되고 결국 방사청이 더 튼튼한 조직이 되는 겁니다.

-방사청의 핵심 기능을 국방부로 이관하는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이관작업이 마무리되는 시점이 궁금합니다.

▦현재 세부기능 및 업무절차, 예산편성에 관한 내용에 대해 관련 부처와 협의하고 있습니다. 협의를 다음주까지 마치고 이번 정기국회에 방위사업법과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인데 원만하게 마무리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일부 부처에서 "청이 예산권을 갖지 못하면 존재의의가 없다"며 이의를 제기하는 부분이 있는데 만약 여의치 않으면 국방부가 중기계획 수립을 통한 방식으로라도 전체적으로 컨트롤해야 합니다. 현재 야당과 일부 여당 의원들이 방사청 기능조정에 반대하고 있지만 꾸준히 의원들과 접촉해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고 몇몇 야당 의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내년 1월부터는 새로운 법령 체계하에서 방위사업 업무가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방위력개선사업 중기계획, 시험평가ㆍ연구개발ㆍ수출정책 등 기능이 국방부로 이관될 것으로 보입니다. 방사청 개편작업의 밑그림과 개편을 통해 어떤 효과를 기대하고 있나요.

▦방사청에서 수행하고 있는 무기획득과 관련한 주요 정책기능인 중기계획 수립, 예산편성, 연구개발 및 방위산업 정책, 국방과학연구원 등의 국방부 이관은 협의를 거쳐 지난달 30일 국방장관의 결재를 받았습니다. 방사청의 기능 이관작업이 마무리되면 방사청 인력 1,700여명 중 40명 정도가 국방부로 소속을 옮기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방위사업청은 중앙행정기관으로서의 무기획득 기능을 수행하면서 개별 사업에 대해서는 IPT 중심의 사업관리 및 계약관리 등에 집중함으로써 획득전문기관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무기나 부품 납품과정에서 업체들이 제시한 가격을 정확히 검증, 원가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국방부가 무기획득 전과정을 종합 컨트롤하면 국방예산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계량화해보셨나요.

▦지금까지는 무기와 수리부속 등의 획득과정을 방사청과 국방부가 별도로 집행해 비효율적인 측면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방사청은 획득기관으로서 당연히 무기를 싸게 구입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는데 20~30년간 운용하는 과정에서 유지비가 더 들 수도 있게 됩니다. 그동안 방사청 개청으로 방위산업의 투명성이 크게 제고된 것은 사실이지만 예산배분의 효율성 측면에서는 발전의 여지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국방부가 전체적인 측면에서 국방예산 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면 예산의 효율적 집행이 가능하게 돼 연간 30조원 안팎인 국방예산을 종국적으로는 해마다 수천억원 이상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근에 방사청과 국방부 두 기관이 '윈윈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셨는데요. 어떤 의미인가요.


▦2년 넘게 무기획득정책과 관련한 권한ㆍ기능을 국방부와 방사청 간 배분하는 데만 신경을 쓰는 '제로섬 게임(Zero Sum Game)'에 매달렸습니다. 그러나 이제 '포지티브섬 게임(Positive Sum Game)'으로 가야 합니다. 각 기관의 고유임무와 역할수행을 보장하면 서로 윈윈 하는 해법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방사청은 인력ㆍ원가ㆍ산업ㆍ수출ㆍ기술 분야에서 보다 깊은 전문적 기능을 확충 개발해나가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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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방산수출 산업은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국내 방산업체들의 수준과 수출경쟁력을 냉정히 평가해주십시오.

▦상당수 방산업체들이 세계적 수준의 명품 무기체계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기와 부품을 일단 납품만 하면 적정 이윤을 보장받다 보니 과감하게 해외시장 진출을 시도하기보다 국내시장에 안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으로 업체 간 경쟁을 촉발시키는 제도를 도입하고 경쟁력이 뛰어난 업체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나 자금을 적극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또한 해외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성능 외에 원가절감을 통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봅니다.

-세계적인 방산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이나 복안이 있다면 들려주십시오.

▦우리나라는 아직 '방산 신흥국'이며 이는 최근 T-50 수출실패 사례에서도 입증됐다고 봅니다. 방사청은 앞으로 내수 위주의 국방연구개발 체계를 초기단계부터 수출을 함께 고려하는 체계로 개선하고 핵심 기술 및 부품개발 등에 대한 정부지원을 강화해나갈 것입니다. 아울러 터키와 인도네시아 등 중점시장은 물론 북아프리카 및 중남미 등에 대한 고위급 방산외교 등을 더욱 확대하는 등 '선택과 집중'에 따른 시장 개척활동을 강화할 방침입니다.

-지속적인 방산수출 증대를 위해 영국의 방산판매청(DESO) 같은 방산수출 전담기구를 신설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우리나라의 방산수출은 방사청 개청에 따라 대폭적인 증가추세를 보여왔고 방사청은 이를 더욱 확대ㆍ지원하기 위해 2009년에 '수출진흥과'와 '인증기획과'를 신설했습니다. 또한 산업협력 등 범정부 차원의 수출지원을 위해 KOTRA와 협조, 방산물자 교역지원센터 설치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선진국과의 치열한 경쟁상황에서 우리 제품의 방산수출을 더 확대하고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선진국과 같은 전담조직의 설치 운영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현재 구체적인 사항은 정부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습니다.

-한국형 전투기(KFXㆍ보라매사업) 사업은 한때 타당성 논란도 있었지만 전투기 국제공동개발의 새 역사를 쓰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인데요.

▦보라매사업은 군(軍) 요구성능을 충족함은 물론 항공부품 및 소재산업 육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인도네시아와 국제공동개발을 통해 개발비를 분담하고 해외 공동 마케팅을 진행할 계획도 있습니다. 4월 사업추진기본전략을 방위사업추진위에서 승인받았으며 오는 11월께는 탐색개발 기본계획을 확정하는 등 개발 착수에 필요한 선행조치를 완료하고 내년도 예산이 확정되는 대로 시제업체 선정 등 관련 절차를 거쳐 신속히 탐색개발에 착수할 방침입니다.




■ 장수만 청장은


MB노믹스 밑그림 그려…업무스타일도 李대통령 닮아

장수만 방위사업청장은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최근까지 국방부 차관을 역임하며 현 정부의 대표적 '실세 차관' 중 한 명으로 꼽혔다.

"정책을 종합적으로 보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강만수 대통령경제특보의 추천으로 일찌감치 이명박 대선캠프에 참여해 '747 공약'으로 대표되는 'MB노믹스'의 밑그림을 만들었다.

현 정부 첫 조달청장 시절 저효율 에너지 제품의 조달시장 퇴출을 공언하는 등 고유가 위기극복을 위한 정책을 구사해 이명박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해병대 출신으로 강력한 업무추진력과 뚝심이 장점이며 일처리 스타일은 이 대통령과 닮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친화력을 앞세워 공직사회와 금융계에 탄탄한 인맥을 구축하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지난해 1월 국방차관에 취임해 수십 년 동안 성역(聖域)으로 간주돼왔던 국방예산을 손질하는 등 국방개혁의 칼날을 휘둘렀다. 취임 직후 기자실을 찾아 "군의 군살을 빼야 한다"며 낭비요소에 대한 과감한 척결과 예산삭감을 예고했다. 특히 이상희 장관 재임 시절 국방예산 조정안을 이 장관에게 보고하지 않고 청와대에 직보해 '하극상' 파문을 일으켰지만 자리를 지켜 '장관 위의 차관'으로 불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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