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조선사에 대한 선수금환급보증(RG)보험 가운데 선수금에 대해서만 채권으로 인정하기로 함에 따라 손보사 간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RG보험에 대한 재보험 여부를 감안하지 않고 이미 확정된 선수금에 대해서만 채권으로 인정하기로 함에 따라 보험계약 규모가 큰 손보사들의 자금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RG보험은 선박이 계약대로 선주에게 건네지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선주가 이미 낸 선수금을 보험사가 보증하는 보험이다. 일반적으로 보험사들은 RG보험의 80%를 재보험에 가입하지만 금융당국이 재보험 여부를 감안하지 않고 채권규모를 확정하게 되면 손보사들의 자금부담이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RG인수 계약이 많은 손보사는 메리츠화재ㆍ흥국쌍용화재ㆍ동부화재 등이다. 메리츠화재의 경우 C&중공업ㆍ진세ㆍ오리엔트 등의 조선사에 대해 4억달러 규모의 RG보험을 가지고 있다. 흥국쌍용화재는 진세ㆍ세광ㆍ삼진 등에 대해 3억달러의 RG보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동부화재도 녹봉ㆍ진세ㆍYS중공업 등에 1억2,000만달러의 RG보험을 가지고 있다.
손보사의 한 관계자는 “오는 3월부터 2차 조선사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작업이 진행되는 등 시간이 지날수록 부실 조선사의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RG보험 규모가 큰 보험사의 경우 부실 조선사에 대한 신규자금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현대해상은 지오ㆍ광성 등의 조선사에 대해 1,600만달러의 RG보험만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화재와 롯데손보는 RG보험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RG보험 규모가 작은 손보사들은 조선사 워크아웃을 느긋하게 지켜보는 입장이지만 RG보험 규모가 큰 손보사들은 금융당국이 조만간 내놓을 채권비율 산정기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