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소기업대책의 일환으로 설립키로 한 ‘중소기업 전문 신용정보회사(CB:Credit Bureau)’는 은행권과 중소기업이 모두 원하는 사항이다. 은행권은 이 신용정보회사를 통해 불투명한 중소기업의 신용을 평가해 대출을 늘릴 수 있고 중소기업도 담보를 요구하는 기존 은행의 대출 관행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본지가 은행권 중소기업 담당자 100명과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서도 은행관계자 66%, 중소기업 CEO 72%가 “중기 전용 CB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중소기업 전문CB는 중기의 재무제표 등 단순 기업정보 외에 경영위험 등을 진단해 금융기관에 제공하는 회사다. 한마디로 중소기업의 신용도를 측정할 수 있는 신용정보를 취합해 금융기관에 제공, 금융기관이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신속히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주요 업무다.
현재 신용보증기금ㆍ기술신용보증기금ㆍ산업은행ㆍ기업은행 등이 공동 출자해 중소기업 전문 CB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우선 중기 전문 CB가 제공하는 신용정보가 은행의 자금지원 결정에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허인 국민은행 대기업팀장은 “이미 은행 자체적인 신용평가 기준이 있는 상황에서 CB가 제공하는 새로운 기준을 수용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며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중기 CB를 만들더라도 중소기업 경기 부양효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객관성 있는 정보축적을 위해서는 중소기업 경영의 투명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병수 기업은행 기업고객부 팀장은 “중소기업들이 객관적인 기준으로 작성된 회계자료를 제출하지 않는다면 중기 CB의 신용정보도 신뢰성을 의심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중기 전문 CB설립을 둘러싸고 불거지고 있는 불협화음도 해소돼야 할 과제다. 이도영 신용보증기금 노조위원장은 “4~5개 회사가 공동으로 중기 전문 CB를 설립하는 것은 시스템 및 신용정보 통합을 위해 불필요한 예산이 낭비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소기업 전문 CB 설립이 무엇보다 시급하며 ‘운영의 묘’를 살린다면 그 기능도 제대로 발휘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홍순영 중소기업연구원 박사는 “은행이 중소기업에 대출을 해 주고 싶어도 정보가 없어서 자금지원 결정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중기 CB가 은행이 기업을 보다 잘 알 수 있도록 하는 해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주하 서강대 교수는 “ 각종 세금 및 공과금과 국민연금ㆍ건강보험 등의 체납과 같은 공공정보는 은행연합회에서 각 은행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중기 전문 CB와 이원화된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CB가 필요 이상으로 방대해지고 과다한 예산이 투입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