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한·중·일의 석유확보전

한ㆍ중ㆍ일 3국이 석유 확보를 위해 뜀박질하고 있다. 어제 노무현 대통령이 자원외교를 위해 몽골ㆍ아제르바이잔ㆍ아랍에미리트연합 3개국 순방길에 올랐다. 노 대통령은 지난 3월에도 아프리카의 주요 산유국인 나이지리아 등을 방문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자원외교를 본격화한 2004년 이후 카자흐스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모두 14개국에 걸쳐 약 35억배럴의 유전탐사권을 획득했다. 세계 2위의 석유소비국인 중국은 석유에 대해 대단한 집념을 가지고 있다. 4월에 후진타오 주석은 나이지리아를 방문, 40억달러를 투자해 4개 유전의 개발독점권을 따냈다. 또 최근 중국은 값이 싼 탐사권보다 현재 석유를 시추 중인 생산광구를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생산광구의 가격은 한곳당 수십억달러에 달한다. 이에 비해 일본은 미국의 힘에 기대어 조용하지만 실속 있게 석유를 확보하고 있다. 미국의 입김이 큰 중앙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카자흐스탄의 카샤간유전, 아제르바이잔의 쿠르다시유전의 지분을 잇따라 매입했다. 이와 함께 석유기업의 합병을 유도, 석유 메이저에 견줄 만한 대형기업으로 키우려 하고 있다. 석유 확보전에서 우리는 후발 주자다. 중국은 자체만으로도 연간 350만배럴을 생산하는 산유국으로 탐사ㆍ생산ㆍ시장을 보는 안목에서 우리보다 몇 수 위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해외 유전을 자체 개발해 공급하는 석유자주개발률만 봐도 우리는 4.1%로 일본 10.3%, 중국 18%에 비해 크게 뒤진다. 한국이 석유 확보에 적극적이라는 게 알려지면서 외국 에너지기업 및 전문가들의 방한도 부쩍 잦아지고 있다. 이들은 우리 기업을 만나 종종 던지는 충고 가운데 하나가 국제석유시장에서 제대로 활동하려면 100억달러짜리 프로젝트에 손댈 수 있어야 한다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올해 우리나라 전체 해외유전 개발 투자액이 4,000억원 수준임에 비춰 100억달러 단일 프로젝트는 감히 엄두조차 내기 어렵다. 그리고 이 문제는 국가경제력 등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 만큼 단기간에 해결될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가격이 요동칠 때 반짝 관심을 쏟을 게 아니라 10년, 20년을 염두에 두고 국가전략 차원에서 에너지 문제를 대하는 자세만이라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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