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애널리스트의 부족한 AS정신

“제가 담당이기는 합니다만 분석을 한 지가 너무 오래 돼서 현재 상황을 잘 알지는 못합니다. 별로 말씀드릴 게 없네요.” 최근 코스닥 시장이 조정을 겪고 있을 때 전자부품 업계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에게 전화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 애널리스트의 대답은 전혀 뜻밖이었다. 전자부품 담당인 만큼 당연히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전화를 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이런 경우는 대개 두 가지다. 해당 종목이 분석 대상에 들어 있지 않아서 생소한 경우가 하나고 전성기를 지나 쇠퇴기로 접어들어 과거와는 달리 위상이 크게 위축된 경우가 두번째다. 앞의 경우는 이해가 간다. 상장 종목이 워낙 많기 때문에 모든 종목의 정보를 다 알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뒤의 경우는 사정이 약간 다르다. 애널리스들이 그 종목을 외면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증시에서 ‘추락한 황제주’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옛 황제주들은 예전에 보고서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진 것이 있다. 보고서의 대부분은 장미빛 전망이다. 하지만 전성기를 지나고 나면 보고서가 가뭄에 콩 나듯 한다. 시장 가치가 떨어진 만큼 애널리스들에게 찬밥 대접을 받는 것은 당연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이들 종목은 여전히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고 또 여기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이 있다. 그중 몇몇 기업들은 옛 영광을 회복하겠다며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은 투자자에게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코스닥 시장에서 이런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애널리스들은 ‘날개 꺾인’ 종목은 더 이상 분석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분석할 종목이 많은데 구태여 쇠퇴기에 접어든 종목까지 분석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또 다른 사정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 황제주 시절, 애널리스트들이 내놓은 ‘매수’ 의견 보고서를 보고 투자를 결정한 이들이 상당수 있을 수 있다. 또 재도약을 믿고 지금 투자에 나서려는 투자자들도 있을 것이다. 이들 투자자에게 애널리스들의 분석 보고서는 큰 도움이 된다. 기업의 부침에 관계없이 투자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지속적으로 주는 것, 그것이 애널리스들에게 필요한 애프터서비스(AS) 정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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