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자동차정책 현실과 큰 괴리”/공정위 복수판매점 추진과 업계입장

◎복수판매점­투자비 막대·본사지원 못받아 운영 힘들어/구매강요 자체­자율협약 불과 하부조직 이행관리 어렵다/불공정단속 앞서 현실진단 선행돼야공정거래위원회가 자동차산업에 기울이는 「관심」은 매우 「각별」해 보인다. 최근 자동차산업 전반을 공정거래라는 잣대로 재단하는 모습은 이런 관심을 대표한다. 공정위는 자동차산업을 「불공정의 온상」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과감한 수술을 통해 이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다. 곧 구체적인 불공정사례를 마련, 자동차업체들을 옥죌 기세다. 이에대해 자동차업체들은 공정위의 방침에 문제점을 자인하면서도 그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또 하나같이 문제를 없애겠다고 약속하면서도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내용이 많다. 공정위가 추진하고 있는 복수딜러제도와 자동차업체가 공정위에 제출한 「자체결의서」를 통해 정책과 현실의 괴리를 살펴본다. ◇복수판매점, “탁상행정의 전형적 표본이다” 한 매장에서 여러업체의 자동차를 판매하는 복수딜러제가 국내에 등장할 것인가. 공정위가 자사제품만 판매하도록 하는 것을 불공정거래행위로 규정, 자동차 복수딜러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업계 관계자들은 『현실성 없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업계의 이런 입장에는 국내 딜러들의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딜러제를 도입하고 있는 기아, 대우, 아시아의 딜러는 독립사업자라기 보다 판매대행점이다. 대우의 한 관계자는 『임차보증금, 매장조성 등 대부분의 지원을 본사에서 해주고 딜러들은 위탁수수료만 받는 판매대행점이다』며 『여러업체 제품을 팔 경우 이런 지원이 불가능, 딜러제도 자체가 유지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구나 위탁수수료 비율(판매마진)은 적게는 5%에서 많아야 10%를 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금융비, 임대료, 고정비 등을 감안하면 메이커 지원 없는 딜러의 존재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신용판매가 정착되지 않은 것은 결정적 하자. 국내 자동차유통의 경우 회수불가 채권이 많아 메이커로부터 자본으로 독립하고 여러회사 제품을 판매하는 딜러가 등장한다 해도 자생력을 갖추기 어렵다. 대형딜러가 등장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0억원이상의 투자가 필요한데 이런 막대한 비용을 자동차판매에 투입할 사람이 있느냐는 점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 계획대로 모든 업체의 자동차를 판매하는 딜러가 도입되기 위해서는 전시차 최소 10대이상,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수백평의 매장, 영업사원 등을 확보해야 하며 비용은 10억원이상이 필요할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10%도 안되는 마진을 보고 이런 투자를 할 사람이 드물 것으로 보고 있다. 더구나 복합딜러라 해도 영업비밀 보호 등을 위해 전시장이나 사무실 등은 별개로 운영하는게 외국의 상례이고 보면 투자비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 경영자는 『현실성도 없는 문제를 불공정행위로 발표하고 이를 언론들이 크게 다뤄 국내업체들의 이미지가 불공정한 집단으로 매도되는 등 이미지가 크게 손상되고 있다』며 탁상행정을 비판하고 있다. ◇자동차업체 자체결의문, “실효성 없는 약속이다” 자동차업체들은 최근 계열사나 협력업체에 차량구매를 강요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내용의 자체 결의문을 공정위에 전달했다. 그러나 그 실효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자동차업체들의 입장은 한결같다. 「한대라도 더 팔아야 한다」는 것. 자동차시장이 과열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그동안 대량소비처의 하나였던 이들에게 판매실적을 떠넘기지 않을 경우 판매가 크게 격감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사실 치열한 시장경쟁에 들어간 상황에서 이번 자율협약이 지켜질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최고경영자들이 만나 무이자를 하지 말자고 다짐해도 지켜지지 않는 판국인데 기껏 실무자들의 의결이 무슨 소용이냐는 반응이다. 자동차업체들은 이번 협약을 위해 최고경영자들이 아닌 실무자들이 만나 자정을 결의한 뒤 최근 공정위에 이를 전달했다. 실제로 이 모임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자동차업체들이 이번 협약에 대해 얼마나 실천의지가 있겠느냐』고 되묻고 『다만 공정위의 조치가 거세지고 여론이 악화된 것을 일시적으로 막아보자는 취지에 불과하다』고 털어놨다. 자동차메이커들은 그동안 내수시장이 침체기에 들어가자 임직원 및 가족들에게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직급별·부서별로 판매목표를 할당했다. 또 협력업체 납품액 1억원당 차 1대를 구입하게 하도록 한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한 업체는 협력업체 임원 중 차령 2년 이상인 승용차는 모두 의무적으로 바꿔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따라 중고차시장에 출고된 지 일주일도 채 안된 자동차가 쏟아진 것도 올해 나타난 새로운 양상이다. 자금회전을 위해 협력업체들이 할당된 신차를 싼값에 내놓은데 따른 것이다. 자동차업체 한 관계자는 『사실 자율협약 이후에도 변화된 것은 없다』며 『단지 변화된게 있다면 방법이 더 고차원적인 점』이라고 털어 놓을 정도다. 이와관련, 업계에서는 공정위의 보다 강도 높은 규제를 자초하기 전에 정상판매·정상경쟁의 풍토를 정착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박원배·정승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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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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