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와 구리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연초부터 급락하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고의 랠리를 벌였던 것과는 판이하게 다른 양상이다. 이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 ‘5년 랠리의 끝’과 ‘포트폴리오의 조정’으로 의견이 엇갈리면서 원자재 시장의 방향성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유가 17개월래 최대 폭 추락, 구리도 6,000달러 밑으로=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2월물 가격은 전날에 비해 4.5%(2.73달러)나 폭락한 58.32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지난 2005년 4월27일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이로써 유가는 지난해 11월20일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난방유 2월물은 NYMEX에서 3.6%(5.92센트) 떨어진 갤런당 1.589달러에 거래됐고 미국의 휘발유 가격도 전주에 비해 3% 내려갔다. 비철금속도 크게 하락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3개월물 가격은 전일보다 4.2%(255달러) 떨어진 톤당 5,885달러로 마감, 심리적 지지선인 6,000달러선이 붕괴됐다. 구리 값이 6,000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4월11일(5,970달러) 이후 9개월 만이며 지난해 5월 연중 최고치에 비해 무려 32%나 내려간 것이다. 주석과 알루미늄 가격도 각각 5%와 2% 하락했다. ◇온화한 날씨, 재고증가 시장에 ‘직격탄’=원자재 가격 급락의 직접적 요인은 원유는 세계 최대의 석유 소비국인 미국의 온화한 겨울 예보, 비철금속은 미 건설경기 위축 전망에 따른 것이다. 실제 기상관측소는 보스턴의 평년 1월 평균 최고온도가 원래 2도이지만 1월7일에는 10도까지 올라가고 이후 15.5도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미국의 유류 재고가 80만배럴 증가한 1억3,360만배럴에 달했다는 소식도 하락폭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구리 등 비철금속은 세계 최대 금속시장인 LME의 재고증가에 직격탄을 맞았다. LME의 구리 재고량은 3일 1,975톤이 더 쌓이며 19만2,550톤까지 치솟았다. 미 건설경기 위축으로 이에 필요한 철근과 구리 등의 수요가 동반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5년 랠리 끝났다 대 근본 변화 없다=일부에서는 이번 원자재 하락이 ‘랠리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구리의 경우 이달 말 5,000달러선이 붕괴될 가능성이 높고 4,500달러선도 위험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애널리스트들의 말을 인용해 “(최근의 원자재 값 하락은) 5년 랠리가 끝났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라며 “투자자들은 연말까지 ‘매도’ 포지션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원자재 시장의 중요하고 근본적인 변화가 없었다며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JP모건의 조 버그데일 애널리스트는 “시장의 펀더멘털은 과거 3개월 동안 크게 바뀌지 않았다”며 랠리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또 골드만삭스는 달러 약세의 영향으로 금ㆍ은 등 귀금속과 우라늄 등이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원유ㆍ구리 등의 가격 하락은 포트폴리오 조정의 다른 모습이라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