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치지도자의 경제비전]정동영 민주 상임고문

"대선 비상경제회의 만들자"민주당 정동영 상임고문은 30일 "올 하반기 대통령선거 기간동안 경제안정을 위해 여야의 고위 지도자들이 모여 중요한 의사결정을 합의하는 '비상경제대책회의'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고문은 이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대선기간 민생이 실종되고 경제가 위기에 빠진 경우가 많았다"며 "더 이상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지 못하도록 (정치와 경제를) 분리시켜줘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정 고문은 증권시장 안정과 관련 "작전세력이 적발될 경우 일벌백계 징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신용불량자 급증과 관련해서는 "불가피한 사유로 신용불량자가 발생하는 경우 이를 구제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5ㆍ16대 총선에서 전국 최다득표를 획득하는 등 짧은 정치경력에도 불구하고 신선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정 고문으로부터 우리나라가 21세기 경제강국이 되기 위한 비전을 들어봤다. -주가회복 등 국내경기가 조기회복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올 한해 경기전망과 경제회복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무엇입니까. ▲미국이 9ㆍ11 테러의 후유증에서 벗어나고 아프가니스탄과의 전쟁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우리나라에서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등 내수 활성화를 통한 경기회복의 여건도 좋은 편입니다. 또한 구조적으로도 경제의 거품이 많이 해소됐으며 기업의 체질도 상당히 튼튼해졌다는 것이 국내외 경제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따라서 올 경기회복의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자신해도 좋을 것입니다. 경제회복을 위한 가장 우선적인 해결과제는 투자와 소비가 촉진될 수 있도록 경제의 예측가능성을 높여주고 기업의 투명성을 강화해 경기회복에 대해 확신을 갖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치인의 입장에서는 정치의 불안정을 제거해 주고 정치와 경제를 분리시켜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대학 졸업자들의 만성적인 미취업 사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청년층실업을 해결할 복안은 없습니까. ▲청년층실업의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고용창출 노력이 필요하며 기업의 입장에서도 하반기의 경기회복에 미리 대비하는 우수 인력 선확보, 후투자를 적극 검토해봐야 합니다. 청년층의 취업난 속에서도 일부 중소제조업체는 인력이 부족하다고 호소하는 등 중소기업에 대한 기피현상이 여전합니다. 최근 '중활'(중소기업 근무 체험활동)이 대학생들 사이에서 퍼져나가고 있는 점은 사회적으로도 매우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아이디어 차원에서 말씀드리자면 초ㆍ중등학교의 컴퓨터수업ㆍ과학 실험실습 등에 젊은 대졸자들을 조교로 채용하는 것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현 정부의 강력한 재벌정책으로 지배구조개선과 기업투명성이 확보되는 등의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기업사기 실추 등으로 투자위축 등의 부작용도 낳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재벌 스스로 불투명한 경영과 총수 1인 지배 등 그릇된 관행을 지양하고 투명한 회계와 선진적 기업지배구조로 바꾸는 것이 필요합니다.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 그 정보가 즉각 투명하게 시장에 공개되고 투자자들로부터 엄중하게 심판 받고 외면당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합니다. 그러나 시장의 힘에 의해 재벌의 불합리한 경영행태가 규율되기 이전에는 기업 경영이 좀 더 투명해지고 건실화 될 수 있는 제도와 환경을 만들고 공정한 경쟁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객관적인 심판자로서의 정부의 역할은 최소한도 내에서 필요합니다. -증시의 안정적인 성장과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어떤 게 있겠습니까. ▲증시가 투기의 장이나 거품이 아닌 기업에 필요한 혈액을 제공하는 본래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기업 신용평가의 정확성 제고ㆍ회계공시강화ㆍ거래소 및 코스닥시장의 운영제도 선진화 등 시장의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도 게을리해서는 안됩니다. 증시에서 작전세력이 자리잡을 수 없도록 환경과 제도를 정비하고 엄격히 운용해야 합니다. 작전세력에 대한 감시를 엄중하게, 2중 3중으로 해서 사전에 예방하고 혹시 작전이 시작되었다 하더라도 바로 적발해 낼 수 있어야 하며 적발된 경우 일벌백계의 징계가 있어야 합니다. -다음달 미국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방한으로 남북관계 전망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남북관계를 현재보다 개선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북한과의) 접촉을 통한 변화는 지속돼야 하며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큰 정책 방향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금강산 유람선사업의 실패 등 구체적인 정책에 있어서 반성할 것은 반성해야 합니다. 또한 대북정책 추진에 있어 내부적인 통합에 실패했다는 것도 반성해야 합니다.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어가기 위해서 먼저 우리 내부에서는 동의에 의한 남북협력 추진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리고 북한도 좀더 탄력적이고 실용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북한이 베트남같이 되면 좋겠습니다. 중국같이 변해가면 더할 나위 없습니다. -올 초부터 농업ㆍ서비스 분야를 포함한 도하개발 아젠다(일명 뉴라운드) 협상이 본격화되는 등 개방파고가 거세질 전망인데요. ▲사안별로 개방의 폭과 속도를 면밀히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지만 해외 시장에 크게 의존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시장개방은 불가피한 선택입니다. 이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으로 관련 이익집단의 피해가 없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중재해야 합니다. 시장개방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산업에 대해서는 미리 구조조정 등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올해는 '선거의 해'로 불릴 정도로 지방선거ㆍ대선 등 굵직한 정치일정이 예정돼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선심성 공약 남발 등 경제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은데요. ▲선거기간 동안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지 못하도록 여야의 고위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중요한 의사결정을 합의해 내는 '비상경제대책회의'를 가동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대통령 선거의 와중에서 민생이 실종되고 경제가 위기에 빠진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97년도에 그랬던 것처럼 대통령 선거의 와중에 경제가 다시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을 상기해야 합니다. 특히 올해에는 대통령선거ㆍ지방선거ㆍ월드컵 등 대규모 행사가 많은 해입니다. 따라서 경제가 외풍에 시달리지 않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정치인이 모범을 보이겠습니다. 김홍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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