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30일 SK비자금 100억원의 한나라당 유입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이 전 총재는 SK비자금의 당 유입 및 대선자금 사용을 알았는지에 대해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검찰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된다.
이 전 총재가 검찰수사가 진행중인 시점에 사과한 것은 불법자금이 대선자금으로 사용된 것이 확인됨에 따라 더 이상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 이번 사건과 관련,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두 차례 직ㆍ간접적으로 국민에게 사과했고, 대선당시 회계총책임자였던 김영일 전 사무총장도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사과했다.
이런 마당에 대선후보였던 이 전 총재로서는 계속 침묵하기엔 적잖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전 총재는 이미 지난 20일 귀국회견에서 “문제가 있었더라면 책임지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이 전 총재는 SK비자금 100억원이 당에 유입돼 대선자금에 쓰였다는 사실이 확인된 지난 주말께부터 대국민사과 결심을 굳혔으나 검찰수사에 미칠 영향 등을 감안, 시기를 저울질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총재의 한 측근은 “이 전 총재가 며칠 고심해 결단을 내린 뒤 회견문안을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안다”면서 “다만 몇몇 측근들의 자문을 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총재가 검찰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이 시점에 직접 대국민사과에 나선 것은 무엇보다도 이날 중 당시 실무자였던 이재현 전 재정국장의 구속여부가 결정되고 김 전 총장의 검찰소환이 임박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전 총재의 이날 기자회견으로 한나라당은 SK비자금과 관련해 당 차원에서 모두 4번째로 사과함에 따라 대선자금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다소 덜 수 있게 되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전 총재가 회견에서 SK비자금의 당 유입 및 대선자금 사용을 알았는지에 대해선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 무엇을 언제 얼마나 알았느냐는 중요하지않다”며 속시원히 밝히지 않음에 따라 의혹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당장 이날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등이 “이 전 총재는 SK비자금 사용내역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공세를 벌여 정치적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이와함께 한나라당의 SK비자금 유입문제에다가 민주당과 열린우리당간에 노무현 대통령 대선자금 의혹을 둘러싼 공방이 계속 되고 있어 정치권은 대선자금 소용돌이 속에서 쉽게 헤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동석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