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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직접 눈으로 보니 신기했어요. 이제 공룡 만들기 가야 해요."(강서초등학교 3학년 이보배양)
오는 21일 과학의 날을 앞두고 각급 학교에서 다양한 과학 체험 행사를 마련해 학생과 학부모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교실에서 책으로만 배웠던 과학 원리를 학생들이 직접 체험하는 행사가 인기를 끌고 있다. 실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정전기나 물리학의 압력과 관련한 기압에서부터 최근 나로호 발사 성공으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우주과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아이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있다. 실제로 과학 체험교실의 교육적 효과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 교사 모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지난 12일 강서초등학교는 '강서사이언스데이'를 개최했다. 학교 운동장과 과학실에 20개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부스가 설치됐고 1,500명에 이르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부스를 가득 메웠다. 이날 학교 측은 목걸이 형식의 체험카드를 아이들에게 나눠줬다. 하나의 부스를 돌 때마다 하나의 스티커를 받아 붙이는 방식으로 20개의 부스를 다 돌아야 하는 것이다. 때문에 아이들은 부스를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고개를 돌리는 공룡'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보배양은 "만들기 전에는 몰랐는데 다 만들고 나니 정말 공룡이 고개를 돌리는 것처럼 보여 신기하다"고 말했다. 고개를 돌리는 공룡 프로그램은 착시 현상을 유도하는 공룡 도안이 그려진 도화지를 잘라 만드는 것으로 착시의 실제 현상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휴가를 냈다는 워킹맘 이은하씨는 "아이들이 과학기구를 직접 보고 만지는 활동을 하면서 시야를 넓힐 수 있을 것 같다"며 "준비하느라 학교는 힘들겠지만 과학 원리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교육 방법"이라고 말했다. 행사를 기획한 장병오 강서초등학교 교사는 "기존의 과학 포스터 그리기 등의 활동도 의미가 있지만 만들기와 같은 체험활동을 하면 아이들의 흥미와 창의성을 더 키워줄 수 있다"며 "아이들이 직접 만든 것들을 가지고 놀면서 자연스럽게 궁금증을 갖게 되는데 이를 통해 과학에 대한 꿈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문병균 강서초등학교 교감은 "기초 과학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론에서 끝날 뿐 일상과 연계되지 않고 있다"며 "이런 행사가 아이들로 하여금 과학에 관심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13일 대명초등학교에서는 '가족과 함께하는 제1회 과학ㆍ환경 체험교실'이 열렸다. 체험교실은 4~6학년 중 희망하는 학생과 학부모 각각 150명이 대상이다. 행사에서 아이들은 여러 식물을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튤립과 프리지어ㆍ꽃양귀비 등의 봄꽃을 직접 화분에 심는 시간을 가졌다. 한찬수 대명초등학교 교장은 "초등학교 과학교육은 아이들이 호기심을 갖고 주변을 관찰하면서 자연스럽게 과학적 원리를 발견하는 태도를 갖게 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10일 가양초등학교도 14개 부스와 교실활동으로 이뤄진 '가양사이언스데이'를 열었다. 가양초등학교는 운동장과 과학실에 설치된 부스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자신이 관심 있는 부스를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강서초등학교와 달랐다. 8개의 빨대를 각각 다른 길이로 잘라 만든 '간이 팬플루트 만들기'에 참여한 아이들은 빨대의 길이에 따라 음이 다르게 난다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였다. 종이컵ㆍ지점토ㆍ고무줄을 이용해 만든 '종이컵 자동차'를 통해서는 탄성의 원리를 배웠다. 또 셀로판지와 도화지를 이용해 태양의 모습을 볼 수 있는 '태양 관찰경'을 만들던 2학년 최지혜양은 "평소 수업하는 것보다 재미있다.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다"며 웃어 보였다. 학부모들의 반응도 뜨겁다. 4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아이들이 수업에서 배운 것을 이렇게 바로 적용할 수 있으니 이해에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학부모가 참여해서 실험의 효과를 직접 눈으로 보는 것도 이색적"이라고 말했다. 이날 명예교사로 활동한 학부모들은 행사 전날 과학원리 등에 대해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서병석 가양초등학교 교장은 "아이들의 창의력과 호기심을 키워주고 싶어 행사를 하게 됐다"며 "500여명 전교생 중에 한 명이라도 이 행사를 통해 과학의 꿈을 가지면 성공한 것 아니겠냐"고 했다. 실제로 행사가 끝날 무렵 교실로 향하는 아이들은 모두 "들어가기 싫다"며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5학년 강민우군은 "벌써 끝이라니 아쉽다. 매일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 교장의 소망을 반영하듯 5학년 류경훈군과 홍성원군, 지민우군 모두 "이제부터 꿈은 과학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