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해외 석학에 듣는다] <1> 로버트 루카스 시카고대 교수

[2011 신년 기획]<br>"한국, 정부주도 성장 한계… 경쟁체제로 가야 지속 발전"


美 올해 경제회복 속도 완만… 주택·실업난 해결 하려면
정부 개입·역할 대폭 줄이고 시장원리 적극 작동케 해야


관련기사



中 머지않아 美 GDP 추월… 달러 기축통화 위상은 굳건
유로존 위기 역내문제 일뿐 글로벌 경제 충격 크지않아
세계경제가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는 금융위기의 터널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 금융위기는 정부와 시장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수면위로 끄집어 올렸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위기의 원인과 해법을 놓고 논쟁을 전개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지난 1980년대 이후 경제학의 흐름을 주도해오면서 자유시장경제의 원리를 강조하고 있는 시카고학파가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199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밀턴 프리드먼을 이어 시카고학파를 이끌고 있는 로버트 루카스(75) 시카고대 교수 "자유시장주의는 여전히 그 어느 경제제도보다 효율성을 갖추고 있다"며 위기의 본질을 시장의 실패에서 찾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는 것도 정부의 힘이 아니라 위축된 시장경제의 활력을 찾도록 하는 데서 비롯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의 가장 큰 관심사는 경제성장으로 한국의 성장과정도 흥미롭게 연구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정부주도의 고성장 정책은 한계효용이 다한 만큼 정부의 개입을 자제하고 자유시장의 원리에 따른 경쟁체제가 작동하도록 해야 지속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주문했다. 지난해 12월 중순 눈 쌓인 시카고대 캠퍼스에서 그를 만났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2년이 넘었습니다. 교수님은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이라고 판단하십니까. ▦리먼 사태의 본질은 전형적인인 뱅크런(bank run)입니다. 모두가 은행으로 달려가 돈을 빼버리면 어떤 은행이든 살아날 수 없습니다. 또 글래스스티걸법의 폐지로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금융사들이 과도한 레버리지를 일으켰던 것도 문제입니다. -이번 위기를 계기로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회의론들이 등장했습니다. 프리드먼을 비롯한 시카고학파는 정부의 개입을 비판해왔는데요. ▦이번 위기를 전체 시장의 실패로 보는 것은 온당하지 않습니다. 연방준비은행제도(reserve banking system)의 부분적인 실패일 뿐이며 이는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금융시장은 정부가 많은 개입을 단행하고 책임을 지는 특별한 시장입니다. 그리고 시장은 항상 자기조절 기능을 가지고 발전해왔으며 여전히 어느 경제제도보다 효율적인 작동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위기를 통해 여러 가지 문제가 드러난 것 또한 사실입니다. -미국 정부는 위기의 진원지였던 금융시장에 개입과 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금융개혁법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부의 개입과 규제가 또 다른 위기를 막을 수 있을까요. ▦새로운 룰이 필요하지만 도드 프랭크법은 해답이 아닙니다. 대마불사(Too big to fail)가 없어져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규제로는 이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과도한 레버리지 등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은행들이 언젠가 나타날 것이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또 도와주게 될 것입니다. 좋은 은행과 나쁜 은행(good bank, bad bank)을 차별화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의 합의로 8,580억달러 규모의 감세연장이 확정됐습니다. 그 효과를 어떻게 보십니까. ▦경제주체들은 내일을 보고 투자를 합니다. 기업들의 의사결정과정에서 세금문제는 큰 걸림돌입니다. 만약 2~3년 뒤에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면 누가 지금 투자를 하겠습니까. 영구적으로(permenant) 기업의 세금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올해 미국 경제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아마도 10%에 육박하는 고실업이 될 것 같습니다.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요. ▦올해 미국 경제는 여전히 어려울 것입니다. 회복세는 지속되겠지만 그 속도는 상당히 완만할 것입니다. 실업과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정부의 개입과 역할을 줄이고 시장원리가 적극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FRB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내년 7월까지 6,000억달러의 국채를 매입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FRB가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2008년 금융위기가 찾아온 후 FRB가 취한 제로금리, 양적완화 등의 통화정책 방향은 옳았습니다. 그러나 성장ㆍ실업 등 모든 것을 통화정책으로 풀어나갈 수 없다는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본질적으로 FRB는 인플레이션 문제에 중점을 둬야 할 것입니다. -양적완화가 지속된다면 달러화 약세를 부추기고 자본의 이동을 촉진해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 이머징국가의 인플레이션 등이 대표적인데요. ▦미국은 자체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벅찬 상황입니다. 위안화ㆍ원화ㆍ엔화가 달러에 페그돼 있지 않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미국이 책임질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각국들이 각자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미국도 재정문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증세와 정부 지출 축소에 나서야 할 때라고 보십니까.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세금을 늘리거나 정부지출을 급격히 줄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재정문제는 큰 과제가 될 것입니다. 적절한 조화를 이루는 정책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리스에 이어 포르투갈ㆍ스페인 등 유로존 국가의 채무 문제가 또 다른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등장했습니다. 이들 국가의 위기가 글로벌 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을까요. ▦유로 전의 재정위기는 지역적이고 제한적인 문제입니다. 미국 내에서도 캘리포니아ㆍ뉴욕주 등 여러 주가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것이 국제 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는 않습니다. 유럽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해서는 독일의 접근 방식이 옳다고 봅니다. 그리스 정부가 잘못한 것을 왜 독일이 책임져야 하나요.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경제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입니다. 이 경우 미국의 역할은 어떻게 바뀔까요. ▦100년 전만 해도 미국은 넘버원 국가가 아니었습니다. 미국이 계속해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유일의 초강대국 지위를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중국의 인구는 미국보다 훨씬 많습니다. 머지않은 장래에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미국을 추월할 것입니다. 이는 당연하고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달러화는 어떻게 될까요. 기축통화로서의 지위가 흔들릴 수 있을까요. ▦달러의 위상은 공고합니다. 중국만 하더라도 2조6,000억달러의 미국 채권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달러화가 가치가 없다면 중국이 그렇게 하겠습니까. 달러는 앞으로도 세계 통화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할 것으로 봅니다. -한국의 경제발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또 앞으로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까요. ▦한국은 높은 교육열을 바탕으로 탄탄한 인적자본을 구축해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른 경제발전을 이뤘습니다. 그러나 이젠 8% 성장을 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닙니다. 이 보다 낮은 성장률을 당연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중국과 일본 등과의 경쟁과 협력을 통해 번영을 계속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 경제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은 자유시장ㆍ경쟁, 그리고 작은 정부(limited government)라고 하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