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중견기업수 1500개 누락시킨 중기청

허위통계 앞세워 "숫자 적으니 전폭 지원 필요" 여론 조장<br>중견련 주장 그대로 수용 이익단체와 유착 의혹<br>시행 3년 안된 관계기업제 스스로 부정 자가당착도


중소기업청이 예산및 세제 지원 등을 따내기 위해 중견기업 숫자를 고의로 절반 이상 축소한 잘못된 통계를 퍼뜨리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중기청은 정확한 검증 없이 이익단체인 중견기업단체들의 통계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유착 의혹까지 불러 일으키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은 일부러 누락한 1,529개의 중견기업들이 모두 2011년부터 중소기업을 졸업한 관계기업들이란 점이다. 위장 중소기업이나 기업 쪼개기를 막기 위해 관계기업 제도를 만든 중기청이 3년도 안돼 관계기업을 중견기업으로 인정하지 않는 등 관련 제도를 전면 부정하는 자가당착을 보이고 있는 것.


중기청은 중견기업 숫자에 대해 2011년 기준 1,422개라는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말 질적 기준에 따라 중소기업을 졸업한 관계기업 수는 1,529개로 이들을 합치면 중견기업 숫자는 2,951개가 된다. 산업발전법에 따르면 중견기업이란 '중소기업을 졸업한 기업 중 상호출자제한규제기업집단에 속하지 않은 기업'이어서 관계기업들 역시 정확히 중견기업이다.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중기청의 거짓 통계인 1,422개는 중견기업단체인 중견기업연합회의 데이터라는 점. 중견련 등 중견기업단체들은 이같은 중기청의 공식 확인을 근거로 "한국의 중견기업 비중은 0.04%에 불과하다"며 전폭적인 지원을 해달라며 줄곧 여론몰이를 해오고 있다.

중기청의 중견기업정책국 역시 똑같은 허위 통계를 앞세워 중견기업 수를 늘려야 한다며 기획재정부 등에 예산, 세제 지원을 요청, 조만간 중견기업 지원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소속이던 중견기업국은 '2011년도 중견기업 통계조사 결과'를 통해 '국내 중견기업 수 1,422개, 전체기업 대비 비중 0.04%'라고 발표한 후 그 수가 적다며 중견기업 육성 정책의 정당성을 강조해왔다.


이와 관련, 중기청 내부에서조차 지난해부터 중견기업 통계가 잘못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던 게 사실이다. 법대로 관계기업까지 정확히 따지면 3,000개 남짓이 되는데, 당시 상급부처인 지경부가 1,422개로 못박는 바람에 더 이상 문제제기를 못했다는 게 중기청 복수 관계자의 증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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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난 3월 중견기업국이 중기청으로 이관됐지만 중기청은 잘못된 중견기업 통계를 바로잡기는커녕 오히려 '중견기업수 1,422개'라고 재확인했다. 이에대해 업계 한 전문가는 "누구보다 법과 제도를 잘 아는 공무원들이 관련 규정을 무시한 채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데는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적은 수치를 제시해 육성정책의 당위성을 알리고, 이를 통해 조직의 존립 또한 정당화하려는 차원 아니겠냐"고 꼬집었다.

이에대해 중기청은 관계기업들이 규모가 작아 중견기업 통계에서 일부러 뺐다는 입장이다. 황수성 중견기업정책과장은 "전체 1,422개 중견기업의 매출액 등과 비교했을 때 관계기업은 매출액 등 규모가 1/10정도 밖에 안된다"며 "숨길려고 한 게 아니며 중견기업 업무를 시작한 지가 얼마 안돼 (관계기업들을) 아직 정책대상으로 하기 힘들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1,422개 중견기업의 49%인 700개 업체가 매출액 1,000억원 미만인 상황에서 관계기업이 단지 규모가 작다는 이유 만으로 일부러 누락한 것은 궁색한 변명이라는 중소업계의 시각이다.

이와함께 업계에서는 중기청이 중견기업 관계기업들의 존재를 일부러 감추는 데는 관계기업 제도 자체를 무력화시키려는 저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이는 최근 퍼시스 등 중견기업들이 조달청 등에 중소기업전용 조달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관계기업들을 중소기업으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한 것과 무관치 않다.

◇관계기업제도란=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에서 정한 관계기업제도는 중견기업들이 위장 중기를 만들어 중소기업 성장을 방해하는 것을 막기 위한 대표적인 중견기업 규제다. 또 규모가 큰 중소기업들이 기업쪼개기 등을 통해 중소기업 졸업을 회피하는 '피터팬 신드롬'을 방지하는 목적도 있다. 지분비율에 따라 기업 규모를 합산해 중소기업 여부를 판단하는 것으로 규모나 상한 기준상 중소기업에 속해도 중소기업이 아닌 모회사가 있는 경우 관계회사로 판단해 중소기업에서 제외시킨다.

최용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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