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증세를 주장하고 자선단체에 기부를 마다 않는 워렌 버핏은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 같지요? 하지만 그는 버크셔 헤서웨이에 맥도날드 햄버거와 체리코크를 가져와 대중 앞에서 먹습니다. '내 나이 아흔까지 이렇게 건강한 이유는 코카콜라와 빅맥 덕분이라고 말하는 사람입니다. 그는 이 두 회사의 주주 거든요. 그는 공적 자금이라면 쌍수를 들어 환영합니다. 그가 가난한 사람들을 생각해서 그럴까요? 돈이 풀려 주가가 폭등하면 그는 돈방석에 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조지 소로스는 공적자금을 싫어합니다. 그가 도덕적 해이를 싫어하는 양심을 가졌기 때문일까요? 천만에 말씀입니다. 그는 경제가 망가지고 환투기가 일어나야 떼 돈을 벌 수 있는 헤지펀드 운영자이기 때문입니다."
외과의사이자 경제평론가인 시골의사 박경철씨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했던 얘기다. 그런 시각으로 보자면 버핏과 '오십보 백보'인 조지 소로스가 '유로의 미래를 말하다'라는 책을 펴냈다.
그는 시골의사의 말 처럼 금융시장을 고유한 자신만의 어법으로 설파한다. "나는 과도한 규제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규제가 지나치게 완화된 것이 현 위기의 원인이라면 이제 방향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 시장은 본질적으로 완벽하지 않으며, 규제 당국은 더더욱 그렇다. 규제 당국의 담당자들은 관료적이며 정치적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규제는 최소화하는 게 마땅하다." 자신의 전공인 헤지펀드 운영에 적합한 토양 조성을 위해서는 '규제가 최소화 되는 것이 좋지 않느냐'는 말 처럼 들리는 대목이다.
웬지 하는 말 마다 다른 속셈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그지만 작금의 유로화가 봉착한 이유와 진단 만큼은 고개를 끄덕여지게 한다. 유로화가 현재의 와해 국면에 처한 이유는 공통의 중앙은행은 갖추고 있었지만 공통의 재무 기관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마스트리히트 조약이 지향하는 바가 정치적 공동체 없이 통화 공동체를 설립하는 것이었으므로 이런 약점은 불가피한 것이지만, 각국은 유로화가 위기에 봉착할 경우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며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감안하고 유로화 체제가 시작되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처음 구상할 때 알지 못했던 다른 결점들이 드러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공공 부문뿐만 아니라 민간 부문에서도 불균형이 초래될 수 있다는 사실을 유로화의 창시자들이 간과했기 때문이라는 견해다.
그는 현재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해법으로 다음 세 가지를 주장한다. 첫째, 유로존의 각국 정부는 공통의 재무 기관을 설립하는 데 필요한 새로운 조약을 체결한다는 기본 원칙에 합의해야 한다. 둘째, ECB는 은행이 여신 한도 및 대출 잔액 수준을 유지하도록 지시하고 은행의 리스크 부담을 엄밀히 감독해야 한다. 셋째, ECB는 이탈리아 및 스페인과 같은 국가들이 매우 낮은 비용으로 임시로 부채를 재자본화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