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마켓 국가들이 미국 달러화 하락에 따른 자국통화의 급격한 절상으로 적절한 통화정책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머징마켓 중앙은행들은 통화강세를 막기 위해 시장에 개입, 달러를 매입하지만 보유외환 운용의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다.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머징마켓 국가들의 통화는 달러화 하락에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배경으로 급등하고 있다. 브라질 레알화는 지난 2004년 이후 달러에 비해 무려 60%나 올랐고 한국 원화는 30%, 태국 밧화는 26%, 러시아 루블화는 18%, 인도 루피화는 15% 상승했다. 중국도 위안화도 10% 뛰었다. 정부가 시장 개입을 통해 달러를 매입하지 않았다면 절상 정도는 훨씬 컸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이들 국가의 통화가 지속적인 강세를 보이는 것은 기본적으로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 자산에 대한 매력이 감소하면서 상대적으로 비(非)달러화의 가치가 오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이머징마켓 국가의 경제성장이 활발하면서 투자가 급증, 절상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이미 지난해 수준을 넘어섰다.
태국과 콜롬비아 등은 외국투자에 대한 제한조치를 취했지만 부정적인 금융시장 교란이라는 부정적인 결과만을 낳고 있다.
통화 강세가 계속되면서 자국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등 수출에 불리한 상황이다. 이머징마켓 국가들이 수출을 주요 경제동력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수출이 부진해질 경우 경제운용에 문제가 생긴다.
자국통화 강세를 막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들이 시장에 개입, 달러를 사들이면서 외환보유액이 급증하고 있다. 이머징마켓의 보유외환은 2004년 이후 두 배가 되면서 현재 4조1,000억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보유외환을 무작정 늘리는 게 능사는 아니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서 오히려 보유외환의 전체 평가액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보유외환을 적극적인 해외투자에 이용하면서 활로를 찾고 있다. 최근 중국과 중동 등지에서 잇따라 출범하고 있는 국부펀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기업들에 해외투자를 장려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기도 한다.
콘스탄친 코리센코 러시아중앙은행 부총재는 “중앙은행으로서는 분명 딜레마”라며 “(보유외환이) 많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