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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바둑 영웅전] 승리의 예감

제7보(77∼100)



흑77부터 다시 본다. 도쿄에서 두어진 이 바둑의 수순은 시시각각으로 한국에 생중계되고 있었다. 처음에 흑77의 수순이 한국기원에 전해졌을 때 검토진들은 조금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둔탁한 이 헤딩은 원래 끝내기의 교본에 나오는 것이며 형세가 나쁘지 않다고 여겼을 때 분란의 소지를 없앨 목적으로 두어지는 것이다. 검토진들은 원래 비관파에 가까운 이창호가 이 수법을 들고나왔으니 흑의 형세가 정말로 유망한 모양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일본에서 돌아온 강동윤은 이창호의 흑77을 아주 이상한 수라고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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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77로는 무조건 참고도1의 흑1에 붙였어야 했다는 것. 백은 기세상 백2로 반발하는 수밖에 없다. 그때 흑은 3 이하 9(백8을 1의 자리)를 선수로 두고 흑11로 끊는 회심의 강파를 터뜨린다. 강동윤은 흑이 그렇게 올 줄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이 코스면 백이 이기기 어려울 것 같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상대가 지극히 평범하고 둔탁한 실전보의 흑77로 두어준 것이다. 강동윤은 백78과 80을 두고서 승리를 예감했다. 백80을 선수로 두게 되자 꺼림칙했던 좌변의 절단수는 슬그머니 사라졌다. 이젠 참고도2의 흑1로 끊을 수가 없다. 백2로 축에 걸리는 것이다.

흑91은 초강경의 공격. 이때는 이창호도 다소 불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강공으로 나왔다. 그러나 강동윤이 백92 이하 98로 버티자 흑99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고 모처럼 펼쳤던 이창호의 공격은 무위로 돌아갔다. 백이 100으로 틀어막자 홍민표는 백이 반집 또는 1집반을 이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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