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우크라이나 최악 유혈사태는 피했다

정부 - 시위대, 조기 대선·대통령 권한 의회 이양 합의

EU·러시아 중재로 한숨 돌렸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

우크라이나 정부와 반정부시위대가 유럽연합(EU) 및 러시아의 중재로 유혈사태의 해결 방안을 담은 타협안을 도출해냈다. 이로써 최악의 유혈사태로 치닫던 우크라이나 시위는 일단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하지만 가까스로 타협을 이룬 양측이 다시 추가적인 충돌을 빚을 경우 내전을 넘어 냉전시대 이후 최대의 동서 충돌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21일(이하 현지시간)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야권 반정부시위대는 EU 소속 독일·프랑스·폴란드 외무장관과 러시아 대표의 중재하에 밤샘 협상을 벌여 유혈사태 해결 방안을 도출해냈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합의안 서명식에 참석한 뒤 낸 대국민 성명에서 "조기 대선 및 대통령의 권한을 의회에 이양하는 방안을 제안한다"며 "국가의 안정을 회복하고 추가적인 희생을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번 타협안의 구체적 내용은 모두 공개되지 않았지만 조기 대선 실시, 대통령 권한 축소를 위한 개헌, 거국 내각 구성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타협안이 순조롭게 추진될 경우 우크라이나는 오는 9월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와 12월 조기 대선 등의 일정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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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야권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한 타협안에 서명한 것은 현 단계에서 조기 봉합에 실패할 경우 전국적 내전과 동서 분단 등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위대 해산 과정에서 정부가 저격수를 동원했다는 루머 등이 사실로 입증될 경우 이는 시민전쟁의 서막이 될 수 있다"며 "추가 충돌이 지속되면 우크라이나어를 사용하는 친EU 성향의 서부지역과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남동부지역의 분리독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군부가 중립적 태도를 견지한 점도 대통령의 선택을 압박했다는 평가다. 전날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시위 진압에 나선 특수경찰에게 무기 사용을 허가하면서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동서분단을 막기 위해 군부 동원령을 내릴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하지만 주요 외신들은 대통령이 발포명령을 내린다 해도 군부가 어느 정도 명령에 응할지 의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부는 2004년 '오렌지혁명' 당시에도 "시민에게 총부리를 겨눌 수 없다"며 끝까지 중립을 고수했다. FT는 "우크라이나 군부의 성향은 친EU와 친러시아가 50대50"이라며 "구소련 독립 이후 시작된 나토와의 협력관계가 최근 몇 년 사이에 특히 강화되면서 군부 내에 친나토 성향의 장교들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양측이 휴전협정 하루 만에 대규모 유혈충돌사태를 빚은 점 등을 지적하며 강경파의 반발 등 유혈사태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은 러시아 대표로 중재 협상에 참석한 블라디미르 루킨 대통령 인권담당 특사가 EU 대표단과는 달리 타협안에 서명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러시아의 움직임은 향후 사태를 좌우할 최대 변수로 지목된다. 그동안 일부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에서 내전이 발발하면 러시아가 군사개입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해왔다.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는 러시아계 주민 비율이 60% 이상인 지역으로 러시아의 북해 해군기지가 있다. 이 지역에서 내전이 촉발된다면 러시아가 주민보호를 명분으로 사태에 개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셈이다.

FT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두번째 봉합에 가까스로 성공했지만 영향력 강화를 위한 러시아와 EU 간 대립이 냉전 이래 최대의 동서 대립 기록으로 번질 가능성을 아직 배제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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